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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거시

체감 인플레이션은 명목 인플레이션 그 이상

요약: 가격표 상승(명목 인플레) 외에 품질 하락 또는 시간 비용에 따른 추가 인플레이션 상승분도 고려해야 한다.

 


명목 인플레이션

 

사진: Unsplash 의 engin akyurt

 

요즘 난방비 폭탄이 이슈다. 연초에 식당들은 가격표를 슬그머니 고쳤다. 직장인 연말정산은 일부 항목의 혜택 확대도 있지만, 공제한도나 공제율이 낮아지면서 작년보다 부담 세액이 늘어났다. 

이렇게 물건의 가격이 오르거나, 부담해야 할 세금이나 연금 등의 지출이 늘어나면 인플레이션을 체감한다.

 

그럼 100만 원 지출하던 게 110만 원으로 늘었다면, 10%의 인플레이션이 발생했다고 보면 끝일까. 

최근에 경험한 사례들을 떠올려 보면 인플레이션의 요소는 단순히 가격표에만 있는 게 아님을 느낀다. 

 

품질 하락

 

사진: Unsplash 의 Kate Townsend

 

큰 식당에는 서빙 로봇이 등장했고, 한국인이 아닌 종업원이 메뉴 주문에 서투른 경우를 본다.

같은 가격을 내걸었지만 기존보다 제공 서비스의 범위가 축소되거나 사라지는 경우도 본다. 

인건비나 재료비의 증가로 물건 가격은 증가하는 데 반해, 서비스 품질의 저하로 인해 동일한 가격을 지불해도 예전과 같은 만족도를 얻기 어려운 경험을 종종 하게 된다.

 

동일한 가격을 지불하고 낮은 품질을 얻는 것도 인플레이션이다. 

 

시간 비용의 추가

 

사진: Unsplash 의 Zach Rowlandson

 

온라인에서 물건을 구입할 때, 업체 간 가격 경쟁이 심해지다 보니 가격비교 사이트나 대안 상품을 찾는 데 할애하는 시간이 늘어난다. 간접적인 비용의 증가다.

오프라인도 마찬가지다. 물건이 들어오는 때를 맞추어 줄을 서거나, 유명한 식당에서 밥을 먹기 위해 줄을 서는 일이 흔해졌다. 콧대 높은 식당 사장은 다음 손님을 맞이하기 위해 식사하고 있는 손님을 재촉하는 경우도 있다. 

 

동일한 재화나 서비스를 이용하는 데 많은 시간을 쏟게 되었으므로 인플레이션 요소로 고려해야 한다.

 

불편함의 증가

 

사진: Unsplash 의 freestocks

 

몇 해 전 일본 여행이 생각난다. 상점에서 물건을 구입하면, 점원이 정성스레 포장도 해주고 비닐봉지 여러 겹에 담아서 주었다. 당시에도 너무 과하지 않나 싶었다. 지금은 어떨지 모르겠으나, 최근의 우리나라를 포함한 전 세계 화두는 친환경 소재와 탄소 배출량 줄이기다.

 

마트에서 기존 비닐봉지는 더 이상 판매하지 않는다. 카페에서 플라스틱 빨대는 사용 금지 되었다. 친환경 소재로 만든 신발이 많이 나왔는데, 질감도 그렇고 난 가죽 제품을 더 선호하는데...

 

이렇듯 기존에 편리하게 사용하던 물건들이 법과 제도로 인해 사라지기도 하고, 재활용 소재를 이용한 제품으로 기존 제품이 대체되면서 소비자의 편의성과 선택권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 이것 역시도 보이지 않는 인플레이션이라 생각한다.

 


품질의 하락, 시간 비용의 증가, 불편함. 모두 효용과 관련된 지표다. 

동일한 효용을 추구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비용의 증가가 있었는지 바라볼 수 있어야 진정한 인플레이션 효과를 계산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