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말에 한창 일본 엔화 강세 전환과 YCC 정책 변화, 엔캐리 청산 등의 키워드들이 등장했다. 각각의 용어가 어떠한 개념인지와 이러한 이야기가 나오는 배경에 대해 알아보자.
요약
- 지나친 엔저로 일본의 정책 변화가 포착되었다.
- 과거 수준의 급격한 엔캐리 청산이 일어날 가능성은 높지 않다.
- 그럼에도 오버슈팅 되었던 달러환율의 안정세로 엔화의 강세 흐름이 당분간 유지될 것 같다.
세계 최대규모의 해외 순자산 보유국
한국은행이 발간한 국제경제리뷰를 보니 일본은 고도성장기부터 지속적인 해외투자를 통해 1990년대 이후 세계 최대규모의 해외 순자산을 축적하고 있다고 한다. 축적된 해외자산으로부터 발생한 투자소득으로 경상수지 흑자를 지속하고 있고, 기존에 환율과 금리변동을 배경으로 증권투자를 중심으로 투자 규모를 늘려오던 걸 최근에는 해외직접투자를 확대하고 있단다.
엔캐리?
Carry trade란 낮은 금리로 조달한 자금을 해외 자산에 투자하여 수익을 얻는 방식을 말한다.
엔캐리는 일본 엔화를 빌려 해외 자산(달러)에 투자하는 방법의 차익거래를 의미한다.
전통적으로 엔화는 안전자산의 하나로 인식되어 글로벌 위기 발생 시 강세를 띄는 경향이 있다. 2000년대 들어 일본의 금리 인하 및 양적완화 시행으로 금리가 상대적으로 높은 미 국채를 중심으로 투자가 증가하였다. 이러한 특징으로 금리차가 유지됨에도 불구하고 환율이 상대적으로 안정적으로 유지되기 때문에 엔캐리 투자 방식이 유효한 것이다.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
그럼 최근 엔캐리 트레이드가 청산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배경은 무엇일까.
그동안은 엔화약세를 용인해 오면서, 이자로 인한 차익거래 외에도 환차익까지 올릴 수 있는 기회게 제공되었지만 엔화 가치가 급격히 올라가게 된다면 환차손이 발생하기 때문에 해외 자산에 투자했던 엔화 자금이 빠져나갈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엔화 약세가 지속되었던 원인은 일본중앙은행의 금리정책에 기인한다. 전 세계가 미국의 정책에 맞추어 긴축 기조로 전환되는 과정에서도 일본은 마이너스 금리를 이어왔다.
그런데 최근에 기조가 바뀐 것이다. 기준금리를 -0.1%로 동결했으나 10년물 국채 금리 상한을 기존 0.25%에서 0.5%까지로 변동허용폭을 확대했기 때문에 시장에서는 사실상 금리를 인상한 것으로 해석했다.
이에 따라 엔화가 약세에서 강세로 급격히 전환되어, 달러 당 150엔에서 최근 130엔까지 하락하였다.
앞으로의 영향
최근의 USD/JPY는 사실상의 금리인상 정책으로 엔화의 약세가 진정되는 모습으로 볼 수 있는데, 여기에 더해 엔캐리 청산까지 일어나게 된다면 글로벌 자산시장의 붕괴까지 염려되는 상황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여러 매체를 통해 종합해 본 결과, 그 정도의 위기 상황은 아닌 것으로 의견이 모인다. 유동성 축소로 미국 달러 환율이 오버슈팅 되었던 부분이 해소되는 과정으로 해석된다. 아래 이코노미스트 기사가 엔캐리 관련된 이슈를 가장 잘 정리해 둔 듯하다.
본격적인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의 시발점으로 보기에는 아직은 시기상조이다. 하지만 차익거래는 늘 예기치 않은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을 금과옥조로 새기며 명심해야 한다는 것을 과거가 말해준다. 올해 발생한 엔저 현상을 누군가는 일본 경제의 추락으로 볼 수 있겠지만 유동성이 킹달러로 미국으로 급격히 흘러갔다고 보는 게 더 타당하지 않을까. 환율의 오버슈팅이 펀더멘털과의 괴리를 일으켰다는 해석이 타당해 보이는 요즈음이다.
엔화 강세 속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 가능성 [조원경 글로벌 인사이드]
━ 엔캐리 트레이드의 추억을 소환하며 국가 간의 금리 차가 벌어지면 금리가 낮은 국가에서 대출을 일으켜 금리가 높은 국가의 통화 표시 자산
economist.co.kr
한편 일본은 지금 경상수지가 매우 악화되어 있다. 수입 물가가 안정되고 환율도 어느 정도 정상화(저평가가 해소)된다면 경상수지가 되돌아올 것이다. 그렇다면 엔캐리 청산이 실제 급격히 이루어지지 않더라도 물가 안정화와 경상수지 회복 효과 등으로 엔화는 당분간 강세 전환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해석할 수 있지 않을까.
엔화 가치가 24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하락한 데다 일본의 주요 수입품인 원유, 천연가스, 식량 등의 가격이 급등한 것이 무역적자 확대에 영향을 미쳤다. 무역수지에다 외국과 투자 거래를 나타내는 1차 소득수지, 수송과 여행 등 거래를 나타내는 서비스 수지 등을 더한 경상수지는 흑자였지만 8년 만에 최저치로 줄어들었다.
'수출대국' 일본, 42년 만에 경상수지 적자국 전락하나-무역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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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체적 사고가 필요한 이유
미국의 기준금리는 급격히 올라가는 와중에 다른 국가들은 그만큼의 상승을 이끌어내지 못했고, 아직 금리 동결이나 인하 단계로 가기에는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다. 여전히 킹달러의 논리가 타당한 상황임에도 달러 인덱스가 안정화되면서 "사실은 달러가 그동안 오버슈팅이었잖아"라는 설명이 무섭다.
누군가는 결과를 보면서 해석을 가져다 붙이고 있다는 비난을 할 수도 있지만, 입체적으로 사고할 필요가 있다. 부동산의 경우도 과연 현재 끝없이 하락할 것 같은 분위기가 언제까지 유지될 수 있을지 고민이 필요하다. 절대적인 금리 수준이 높게 유지된다고 하더라도 끝이 보이거나 분위기가 바뀌면 하락세가 멈추는 시기는 생각보다 빠르게 찾아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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