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恨)이 더 이상 소재가 될 수 없는 세상이 오길
★★
- 평점
- 5.9 (2022.01.01 개봉)
- 감독
- 연상호
- 출연
- 강수연, 김현주, 류경수
평가를 보면 영상미가 있고 그래픽 기술의 발전과 액션이 훌륭하다는 이야기가 많다. 영상미와 연기력에 있어서는 감탄스러웠다. 그러나 난 SF를 좋아하지 않는다. 게다가 디스토피아를 그린 미래는 상상이 잘 가지 않아서 이입되지 않는다. SF도 액션도 드라마도 여하튼 실제 있을 법한 소재를 다루는 게 좋다. 그래서 드라마 도깨비는 아직 보지 않았다. 조만간 보겠지만.
앞서 본 영화 브로커에서 실망을 하고, 이를 만회하고자 본 영화 정이는 조금 더 실망스러웠다. 워낙 즐겨보는 장르가 아니었기에 어느 정도 예견되어 있었지만 설 연휴 동안 일부러 쉬기로 마음먹었기에 그런대로 볼거리가 있어 괜찮았다.
SF든 액션이든 장르 자체는 배경으로 쓰일 뿐,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내용은 가족애가 대부분인 듯하다. 최소한 내가 본 우리나라 영화들은. 영화 정이 역시 가족애를 담은 엄마와 딸의 이야기다. 우리나라 콘텐츠가 점차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는 분위기인데, 우리나라 특유의 정서가 먹혀서인지 배급과 기획의 힘인지는 아직 모르겠다. 다만 외국영화와 비교할 때, 유난히 엄마에 대한 존재와 모성애, 희생, 슬픔이 크게 각인되는 경우가 많다고 느낀다.
한(恨). 단순한 가족애나 모성애와는 조금 다른 한국인 고유의 감정인데, 이걸 외국인들은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하다.
아래는 구체적인 구성 요소 중에서 느낀 점 몇 가지(강 스포일러).
뇌를 완벽히 스캔해 내는 미래에는 신체가 망가지면 세 가지 타입 중에 선택을 해 AI로 살 수 있다는 콘셉트가 참신했다. 각각의 AI는 인간의 존엄성에 대해서도 차별적인 대우를 받는다. 세 가지 타입으로 구분해 둔 이유는 현재 소득의 격차로 형성되어 있는 계급의 차이가 미래에도 마찬가지로 구분되고 차별될 것이라는 암시를 준다.
세 가지로 구분한 뇌의 미지의 영역이 활성화되면서 정이 AI의 전투력이 급격하게 상승한다. 영화에서는 자극되는 뇌의 영역을 신호등처럼 빨간색, 초록색, 노란색으로 구분해 두었다. 신호등의 주황색은 멈추어야 할지 빠르게 지나가야 할지 결정을 해야 하는 미지의 영역인 것처럼, 정이의 노란색 영역은 미지의 공간이다. 미지의 공간은 딸 윤서현을 향한 마음이다. 이를 깨닫고 딸은 엄마를 위해 노란색 영역을 거의 삭제해 버리고 그녀의 탈출을 돕는다. 타입 C로 상품화된 캐릭터 정이가 앞으로 어떻게 팔려나갈지 뻔한 상황에서, 딸 서현은 엄마를 살리기 위해서는 자신의 기억을 삭제해야 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새롭게 이식된 몸과 삭제된 기억으로 정이는 새 삶을 살아나가야 한다. 진짜 엄마의 뇌와 몸은 식물인간으로 AI업체에 영원히 박제가 되었지만, 스캔된 뇌와 기계의 몸이 된 가짜 엄마는 자유를 찾아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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