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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리뷰

품위 있고 똑바른 사람 - 헤어질 결심

 
헤어질 결심
산 정상에서 추락한 한 남자의 변사 사건. 담당 형사 `해준`(박해일)은 사망자의 아내 `서래`(탕웨이)와 마주하게 된다. “산에 가서 안 오면 걱정했어요, 마침내 죽을까 봐.” 남편의 죽음 앞에서 특별한 동요를 보이지 않는 `서래`. 경찰은 보통의 유가족과는 다른 `서래`를 용의선상에 올린다. `해준`은 사건 당일의 알리바이 탐문과 신문,잠복수사를 통해 `서래`를 알아가면서그녀에 대한 관심이 점점 커져가는 것을 느낀다.한편, 좀처럼 속을 짐작하기 어려운 `서래`는상대가 자신을 의심한다는 것을 알면서도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해준`을 대하는데….진심을 숨기는 용의자용의자에게 의심과 관심을 동시에 느끼는 형사그들의 <헤어질 결심>
평점
7.8 (2022.06.29 개봉)
감독
박찬욱
출연
박해일, 탕웨이, 이정현, 고경표, 김신영, 정영숙, 유승목, 서현우, 정이서, 이학주, 박용우, 박정민, 유태오, 정소리, 황재원, 신안진, 김도연, 고민시, 차서원, 주인영, 손관호, 정혁, 윤성원, 최선자, 진용욱, 안진상, 정하담, 최대훈, 김미화, 곽은진, 안성봉, 김성곤, 문순주, 현직, 한서울, 김도담, 문정대, 유인혜, 권혁, 유덕보, 이재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음(대화 출처는 나무위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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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은 난해하고 의미가 있는 영화일 것이라 생각했는데, 블랙코미디에 멜로물이었다. 결과적으로는 내용도 어렵지 않고 적당한 유머에 재미있게 관람했다. 여운이 남는 대사들과 나에게 다가오는 의미에 대해 정리해 보았다.

 

처음부터 좋았습니다. 날 책임질 형사가 품위 있어서. 

 

해준이라는 형사가 주인공인데, 후배 형사로 등장하는 수완 역시 해준의 능력과 성품에 끌려 팀에 합류했다고 나온다. 드라마 「나의 아저씨」로 따지면 이선균이 역을 맡은 박동훈 부장과 같은 캐릭터인 것이다. 안에서는 동료로부터 두터운 신망을 얻고, 밖으로는 악의를 갖고 접근했거나 피의자 신분으로 마주쳐도 결국 호감을 얻게 되는 캐릭터. 드라마나 영화를 볼 때면 종종 나오는 인물지만, 현실세계에서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러한 스토리를 보면 진한 여운이 남아 저런 사람이 되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하지만, 현실은 시궁창이기에 품위는커녕 후배들에게 욕만 안 먹으면 다행이다.

 

서래 씨는요, 몸이 꼿꼿해요. 긴장하지 않으면서 그렇게 똑바른 사람은 드물어요. 난 이게 서래 씨에 대해 많은 것을 말해준다고 생각합니다.

 

밀입국한 중국인에 간병인으로서 등장함에도 탕웨이의 미모는 숨겨지지 않는다. 그런데 해준은 (물론 나중에는 실루엣이 아름답다고 고백하지만) 외모가 아니라 꼿꼿하고 똑바른 모습에 반한다. 이것 역시 현실세계에서는 찾아보기 어렵다. 직장에서는 늘 긴장해야 하고, 꼿꼿하지 않고 최대한 숙이고 들어가야 보호받는다. 그래도 언젠가는 꼿꼿하고 똑바른 사람이 되고 싶다. 누군가의 눈치를 살피지 않고, 온전하게 나의 삶을 살아내는 그런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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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사랑한다고 말하는 순간 당신의 사랑이 끝났고, 당신의 사랑이 끝나는 순간 내 사랑이 시작됐죠.

 

이건 현실세계에 종종 일어나는 일이다. 감정이 엇갈리고, 버스를 놓치고, 마음이 뒤바뀌고. 인생은 타이밍이라 하지 않던가. 발밑에 있는 그녀를 찾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는 모습이 파도와 함께 죽은 귀신이 뒤에서 해준을 와락 앉을 것 같은 시퍼런 느낌을 준다. 영화에서는 물론 타이밍 그 이상의 여운을 남기는 발언이지만, 연애를 하거나 대인관계에서 종종 일어나는 일이다. 그리고 문제의 해결점은 의외로 멀지 않은 곳에 있을 수도 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