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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독서

그래도 똑똑하고 싶다 - 지능의 역설


그래도 똑똑하고 싶다. 소득이 많아질 수 있다면 - ⭐️⭐️⭐️⭐️

지능의 역설
2012년 ‘지능의 사생활’이라는 제목으로 국내에 소개된 이후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온 〈The Intelligence Paradox〉가 ‘지능의 역설’이라는 이름으로 돌아왔다. 이 책에서 저자는 지능의 본질에 대해 사람들이 흔히 가지는 오해를 풀어준다. 지능이란 무엇인가, 무엇 때문에 있는 것인가, 그리고 도움이 된다면 그것은 어떤 것인가 등을 진화심리학적 관점에서 이야기하고, 왜 진보주의자는 보수주의자보다 지능이 높은가? 왜 동성애자는 이성애자보다 지능이 높은가? 왜 IQ가 높은 사람은 클래식 음악을 좋아하는가? 등의 흥미로운 화두를 통해 진화적으로 익숙한 것과 진화적으로 새로운 것으로 나누어 지능을 설명한다. 동시에 지능이란 인간의 수많은 특질 중 하나일 뿐임을 강조하고 사회학과 경제학이 풀지 못했던 인간 행동의 비밀을 설명하는 새로운 기준을 제시한다.
저자
가나자와 사토시
출판
데이원
출판일
2020.05.08


이 책은 두 가지 충격을 준다. 첫 번째는 지능이 높을수록 진화학적으로 유리하지 않다는 점, 그리고 나머지는 그럼에도 현대 사회 적응, 특히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지능이 높을수록 부의 창출 능력이 우수하다는 점. 어찌 보면 후자는 충격이 아니지만, 머리가 나빠도 좋은 건가 하는 약간의 기대(?)를 하고 읽은 독자 입장에선 허무한 부분이 아닐까. 지능의 역설의 역설이라고 느껴졌다.

지능에 대한 오해


사람들은 높은 지능을 선호한다. 특별히 지능이 높은 그룹을 묶어 멘사라고 부르는 모임도 있고(당연히 지능이 낮은 사람들의 자발적인 모임은 없다), 배우자를 선택할 때에도 주요 지표로 작용한다.

진화학적으로도 사람들은 대부분 지능이 높은 게 유리하다고 여긴다. 나도 그렇게 생각했다. 지능이 높은 선조들이 생존에 유리했고, 그에 따라 인류가 다른 동물에 비해 지능이 뛰어나고 지구를 정복하지 않았는가. 어떻게든 지능이 높아 보이려고 하는 행동들이 당연한 본능일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저자 가나자와 사토시는 지능이 높다는 게 반드시 생존에 유리하지 않다고 밝힌다. 그리고 지능의 높고 낮음이 인간 존재의 가치를 나타내는 척도로 사용할 수 없고, 다른 신체 지표들과 마찬가지로 수치로 표현할 수 있는 인간의 특징 중 하나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하물며 지능이 높을수록 생존에 불리한 행동들을 서슴없이 하는데도 왜 지능이 높은 인간을 높이 사는 문화가 정착하였을까.

지능이 긍정적인 형질이라는 것은 틀림없지만 용모나 신장, 건강 역시 마찬가지다. 그렇지만 용모, 신장, 건강을 인간의 가치와 결부시키는 사람은 없다(단 용모에 대해서는 다소 그런 경향이 있으며, 외모가 매력적이지 않은 사람은 '마음이 아름다울 것'이라는 말을 듣곤 한다. 외모의 매력과 '내면의 아름다움'의 관계는 지능과 '다중 지능'의 관계와 마찬가지다).
- 책 머리말

자연스러운 것과 가치있는 것


저자는 계속하여 오해 없기를 바란다며 단순히 생물학적 관점에서의 자연스러운 행동과 가치 있거나 바람직한 행동의 개념을 명확하게 구분 짓는다. 예를 들자면,

생물학적 관점에서 보면 살인과 강간은 인간에게 그야말로 자연스러운 것이며 한편 진화심리학 박사 학위를 따는 일은 그야말로 부자연스러운 일이다(그렇기 때문에 지능이 높은 사람이 박사 학위를 따는 것이겠지만).
(p56)


앞뒤 잘라놓고 보면 위 문장은 오해할 만하다. 현대 사회는 진화의 과정에서 체득한 여러 본능과는 역행하는 구조로 설계되어 있는 부분이 많다. 즉 부자연스러운 규정들이 있고, 이를 지키기 위해서는 남들보다 뛰어난 지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부자연스럽지만 가치 있는 일들이다.


적응도가 높은 형질은 유전되지 않는다

유전율에 대한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다. 특정 형질의 유전율과 그 적응도(생존과 번식에서의 중요성)는 일반적으로 반비례한다는 것이다. 적응도가 높은 형질일수록 유전율은 내려가는 것이다. 왜냐하면 생존과 번식을 위해 꼭 필요한 형질이라면 그 종에 포함되는 모든 개체가 그 형질을 가장 적당히 가장 유효한 형태로 갖추지 않으면 곤란하기 때문이다. 진화의 논리에서 그런 중요한 형질에서 개체 차이가 나오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양적 유전학의 기본 원칙에 따르면 일반 지능의 유전율이 극히 높다는 사실은 일반 지능이 생존과 번식에 있어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시사한다.
- p98


이 문장을 이해할 수 있다면 이 책 전반에 걸쳐 주장하고자 하는 내용을 이해했다고 볼 수 있다. 생존과 번식을 위한 형질들은 진화를 통해 보편적으로 체득하는 것이지, 각 개체별로 차이를 두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능은 인종별 지역별 차이가 있고 상당히 유전율이 높기 때문에 오히려 생존에 중요한 요소가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자본주의 현대사회에서는…


저자가 이야기하고 싶은 주제는 아니겠지만, 씁쓸하게도 자본주의에 적응하기엔 지능이 높을수록 유리한 것도 사실인 듯하다.

키가 크거나 용모가 뛰어날수록 지능이 높기 때문에 소득도 많은 것으로 추정된다.
지능의 역설
지능이 높은 사람일수록 우리 조상들의 환경에는 없었던, 진화의 관점에서는 새로운 기호와 가치관(즉 조상들과는 다른 기호 및 가치관)을 갖기 쉽다. 그러나 조상들의 환경에도 있었던, 진화의 관점에서는 당연하고 익숙한 기호와 가치관을 가질지는 일반 지능과 관계가 없다.
p135


새로운 기호 및 가치관을 포함하여 진화와 번식에 불리한 취향을 다음과 같이 나열한다. 전부 다 설문과 연구를 통해 검증하고 추론의 과정을 나열한 점이 인상 깊다.

진보적인 정치사상을 가지고, 무신론자가 되기 쉽다.
지능이 높은 남성일수록 '성적 배타성'이라는 가치관을 중요시한다.
지능이 높은 여성일수록 자식의 수가 적으며 자식이 없는 인생을 선택한다.
동성애자 쪽이 지능이 높다.
클래식 음악을 선호하고, 술 담배 약물을 많이 한다.
- p295 중 발췌
8년 만에 찾은 식당. 하카다분코 상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