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안 나서기에 나 혼자 산책 겸 도서관에 책을 반납하러 갔다.
도서관에서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행사를 한다.
그중에 중고책을 가져오면 새 책으로 나눠주는 부스가 있다. 오 이건 꼭 받아가야지.
얼른 아내에게 전화한다.
중고책 들고 애랑 도서관으로 와.
생각보다 이름 있는 새 책들을 나누어 준다.
두 권은 동화책, 나머지 한 권은 내돈내산 안 할 인테리어용으로 예쁜 표지의 책을 골랐다.
히가시노 게이고 소설책이다.
역시 산책 나오길 잘했어.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아주 오래된 중국음식점이 있는데, 중간에 한참 폐업 상태로 있었다가 얼마 전에 재오픈을 했다.
점심은 여기서 해결하기로 한다.

특별히 옛날 맛을 떠올리려 찾아간 것은 아니었는데,
막상 음식이 나오니 과연 예전과 어떻게 달라졌을지 궁금해졌다.
예전의 맛은 떠오르지 않지만, 먹다 보면 떠오르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20여 년 전에도 이곳은 화교 주방장이 요리하는 것으로 유명했다.
지금도 주방에 중국어가 흘러나온다.
같은 분은 아니시겠지.
탕수육을 한 입 먹어본다. 요즘 같지 않게 소스도 미리 부어져서 나온다. 우리 와이프는 찍먹인데…
소스는 새콤함이 지나쳐 양쪽 침샘이 자극되는 맛이다.
짜장면도 먹어본다.
요즘 중국집의 단짠에 비하면 맹탕이다.
심지어 짬뽕도 건강한 맛이 난다.
다 먹고 속이 더부룩하진 않겠구나 싶다.
맛은 변한 것 같지 않은데, 내가 변하고 세월이 변했다.
엄마한테 용돈받아 한 그릇에 2500원이던 짜장면을 시켜놓고 친구와 경쟁적으로 단무지부터 리필해먹던 어린이가,
이제는 세 가족이 되어 발렛을 맡기고 식당에 들어가 7000원짜리 짜장면을 보며 동네 물가가 싸긴 싸구나 느끼고 탕수육도 몇 조각 남기는 여유를 부린다.
뒤쳐지는 맛인 건지, 변하지 않은 전통의 맛인 건지는 잘 모르겠다.
저녁엔 40년 전통이라는 돼지갈빗집에 간다.
하루에 외식 두 탕이라니..
우리 집 사업자분(?)께서 오늘 수금이 좀 되셨나 보다.
오늘 나온 음식값을 머릿속으로 계산해보며,
동네 쫓겨나지 않으려면 정신 바짝 차려야 하는데 라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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