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하면 당연한 것이고 못하면 욕먹는 일인데, 고생이 많다.
최근에 행사 준비를 돕다가 들은 말이다.
집에서든 회사에서든 친목 모임에서든, 모두가 하기 싫어하는 일이 있기 마련이다.
반드시 필요하지만 아무도 원하지 않는 일들.
집에서는 청소나 빨래 같은 집안일, 모임에서는 총무, 회사에서는 행정(비수익 업무)이 대표적이다.

평소에 그저 당연하게 여기던 것들도 막상 해보면 쉽지 않다.
눈에 보이는 간단한 결과물들이 나오기까지 많은 사람들의 손과 생각을 거쳤다는 사실을 간과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인프라들도 마찬가지로 매우 중요하다.
매일 글쓰기를 하다 보면 많은 걸 깨닫는다.
남들이 써놓은 글은 소비가 쉽다.
블로그나 뉴스 기사들을 읽을 때, 좋은 글에 대한 칭찬과 감사의 감정보다는 나쁘거나 불친절한 글에 대한 비난의 마음이 더 넓은 영역을 차지했던 것 같다.
쏟아지는 양질의 글을 무료로 볼 수 있기 때문에선지, 빠르게 훑고 넘어가기 일쑤고 요약이 안된 글은 성의 없다고 생각할 정도다.
한 편의 글을 완성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소비해야 하는지 깨닫고 나니 겸손해진다.
여태껏 남의 글을 쉽게 소비한 데에 죄책감이 들 정도다.
나는 과연 남들에게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는 글쓰기가 가능한가.
읽을만한 가치가 있는 글을 쓸 수 있는가.
오늘도 회사의 공용 화장실은 세면대나 바닥에 물기 하나 없이 깨끗하다. 휴지는 늘 가득 채워져 있고 모든 것들이 완벽해 보이지만 또한 당연하게 느껴진다.
당연한 것을 당연하다 느끼지 않고 주변을 둘러볼 수 있을 때, 소중함과 감사함을 배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