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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독서

최재천의 공부(1) - 지금 우리가 교육을 이야기해야 하는 이유

최재천의 공부
《최재천의 공부》는 동물과 인간을 깊이 관찰해온 최재천 교수가 10여 년 전부터 꼭 쓰고 싶었던 책으로, 지금 이 시대에 꼭 필요한 공부에 관한 생각을 총망라한다. 인생 전반에 걸쳐 공부가 왜 중요하고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보고, 그동안 제대로 논의된 적 없는 대한민국 교육의 현실을 톺아보고 미래상을 그려보며 청사진을 제시한다. 하버드대학교 시절 몸소 체득한 경험, 서울대학교에서 이화여자대학교 교수 시절까지 있었던 강의, 자연과학과 인문학을 넘나드는 통섭적 시야 등이 이 책의 바탕이 되었다. 수많은 청소년과 부모, 청년과 중년, 정부와 기업이 자연과학계의 대가인 최재천 교수에게 물었다. “어떻게 좋아하는 일을 찾을 수 있나요?” “많은 일을 하면서 느긋하게 사는 비결이 있나요?” “아이를 잘 키우는 묘책이 있나요?” “전 지구적 재난 앞에서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어떤 인재를 뽑고 길러야 할까요?” 인생의 길, 교육의 길, 정책의 길, 경영의 길, 각자가 찾고자 하는 길의 갈래는 다양하지만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사는 길을 찾고 싶어서 배우고 싶다는 것. “벽돌을 쌓듯 빈틈없이 공부하지 않아도 됩니다” “1분 1초를 다투지 않고 마감 1주일에 앞서 해치웁니다” “독서는 취미가 아니라 일이어야 합니다” “스승은 제자의 발을 밟지 말아야 합니다” “동물스러운 교육을 합시다” “아이들에게 삶을 돌려줍시다” “토론으로 무엇이 옳은가를 찾아갑시다” “마음 가는 대로 해도 됩니다!” 이번 책에서 최재천 교수는 우리가 궁금했던 질문들에 때로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때로는 단단한 직설화법으로 말을 건다. 생각의 창을 열어주고 배움의 방향을 넓혀주는 지도를 펼쳐보인다.
저자
최재천, 안희경
출판
김영사
출판일
2022.05.18

책의 각 챕터별로 주요 문장을 필사하고 생각을 정리해 보기로 한다.

1부 공부의 뿌리. 누구나 꽃피울 잠재력이 있다.


1부에서는 우리가 지금 교육을 이야기해야 하는 세 가지 이유에 대해 설명한다.

1. 주입식 교육을 중단해야 한다. 새로운 교육을 할 때가 되었다.
2. 재난은 계속 이어질 겁니다. 이런 상황에서 교육을 지탱할 구조를 결정해야 해요.
3. 우리 아이들에게 삶을 돌려주고 싶습니다.

미래의 학교 상상도(1901년 또는 1910년). 출처: 위키백과

새로운 교육이 필요한 이유
한국은 성인 대다수가 상당한 교육을 받았고, 사회가 혼돈의 소용돌이로 빠져들어도 시간만 충분하다면 합리적인 판단을 내릴 능력을 갖추었다.

코로나19라는 난국에도 '집단적 현명함'으로 서로를 지켜냈다. 민도(民度, 국민의 생활이나 문화의 수준)가 향상됐다.

열심히 가르치고 배운 덕이다. 그러나 여기서 멈추지 말고 조금 더 나가아 어떤 교육을 하면 좋을지 모색하고자 한다.

주입식 교육에서 벗어나 스스로 문제를 만들어서 그것을 돌파하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 최재천 교수는 과거 고도의 발전기를 거치는 동안 주입식 교육은 유효한 성과를 거두었다고 평가한다.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도 높은 수준의 민도가 형성되어 있음을 확인했다. 이제 주입은 충분히 되었으니, 그다음 단계로 나아가자 주장하는 것이다. 곰곰이 다시 읽어보니 저자는 '집단적 현명함'이라고 포장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지나친 쏠림이나 비판 없는 수용, 거칠게 이어져온 합의 과정, 건전한 토론의 부재 등을 꼬집고 있는 듯하다.

교육을 지탱할 구조
환경 교사가 일선 교육 현장에서 아이들에게 환경을 이해하고 관계를 맺는 방식을 알려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환경을 연구할 수 있는 밑받침을 세우도록 연구비 지원 체계를 분리해야 한다. 즉, 자연 분야의 기초 과학연구비 지원이 필요하다. 그런 면에서 중국은 우리나라보다 멀찌감치 앞서 나갔다.

자꾸 알아가려는 노력이 축적될수록 이해하고 사랑할 수밖에 없습니다. 공부와 교육이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입니다. 교육의 내용이 사실을 분별할 수 있도록 채워져야 하고요.


>> 저자는 무려 90년대 국내에 들어오면서부터 우리나라 기초과학에 대한 투자를 기대하고 갈망해 왔다고 한다. 그러나 현실은 여전히 턱없이 부족하고 필요성에 대한 인식도 매우 부족하다고. 대학시절 이공계장학금 제도가 떠올랐다. 지금은 석박사 연구원들을 대상으로 기준이 상향된 것으로 알고 있으나, 그 당시에는 학부생을 대상으로 아주 최소한의 허들만 둔 채 최대한 많은 학생들에게 혜택이 돌아가게끔 설계됐었다. 지금에 와서 돌아보면 기초 과학 분야에 진심으로 매진할 수 있는 학생들로 추렸어야 했다. 제도가 성과를 거두었는지는 전문가들의 실증 분석이 필요하겠지만, 어렵게 도입한 제도라 할지라도 올바른 성과를 발휘하기란 굉장히 어렵다는 생각을 했다.

요즘 직장이나 사회에서 ESG가 화두이다. 어릴 적 환경에 대한 체계적 배움이 부족해서인지 아직은 방관자적인 태도로 바라보게 된다. 진짜 눈앞에 도사리는 위험처럼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저자가 말하는 "1학교 - 1환경 교사" 도입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관심이 필요하다고 본다.

아이들에게 돌려주어야 할 삶


무엇을 위해 열심히 공부하고 무엇을 성취해야 하기에 쉼 없이 배워야 하나?
삶의 중요한 시기에 있는 아이들의 시간을 우리가 지금처럼 빼앗아도 될까?
지금의 교육 제도는 위 세대가 아래 세대를 압박하는 장치가 됐습니다.
중고등학교에서 가르치는 모든 내용이 사회에서 정말 필요한 것일까요? 아무도 장담하지 못합니다.

>> 미국 수학과 한국 수학 교육에 대해 비교하는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한국인 기준으로 볼 때, 미국인의 수학 실력은 형편없지만, 그건 수학이라는 학문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다. 수학은 상당히 직관적인 학문이며, 어떤 상황이 주어졌을 때 큰 흐름을 파악하고 어떤 요소들이 필요한가를 분석하며 그걸 바탕으로 문제를 풀어나갈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우리는 해법만을 열심히 가르친다. 결과적으로 창의성은 묵살된다.
앞으로 해법이 있는 문제는 대부분 AI가 해결해줄 것이다.
인간으로서, AI와 경쟁하는 분야에 힘 쏟지 말자. 요즘 많이 드는 생각이다.


1부 총평.

교육에 대해 이야기해야 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꼭 지금이어서가 아니라, 과거에도 교육은 바뀌었어야 했다. 집단적인 기준으로 지식의 절대치를 끌어올리는 데에는 지금의 제도가 효율적이었지만, 앞으로는 오히려 우리 아이들이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부모 대다수가 교육의 변화가 필요한 이유에 대해서는 공감하리라 생각한다. 그러나 최재천 교수가 서두에 이야기했듯이 모두가 다 같이 손을 잡고 "이제부터 입시학원에 보내지 맙시다", "정상적인 가족생활을 누립시다"라고 했을 때, 실행이 가능한가에 대해서는 대다수가 회의적일 것이다. 이유를 납득시키고 실행에 옮겨야 하는데, 그게 내 아이 세대에서 크게 바뀔 수 있을까.

약간의 희망을 가져본다면, 점점 사회에 크게 성공하는 사람들 중 짜여진 스펙과 루트대로 성장하지 않은 사람들이 보인다는 점이다. 반면 정작 최재천 교수는 스펙의 끝판왕인걸 보면 또 음 역시 일단 우리 아이는 안전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