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자유/독서

[서평] 인스타브레인 - 타도 도파민?

인스타그램을 싫어한다. 

 

참고로 이 책의 내용은 인스타그램 홍보나 활용법을 다루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 책 제목과 표지 색이 누가 봐도 인스타그램이다. 

그래서 오해했다. 

이 책은 정신과 의사가 쓴 현대인 우울증의 원인과 해결 고민에 대한 에세이다. 

 

요즘 인스타그램에 접속해보면 이게 SNS인지 광고 플랫폼인지 모르겠다. 

광고를 고려하지 않더라도, 나만 빼고 다 예쁘고 잘생기고 돈 많아 보여서 싫다. 

그래서 처음엔 책 제목 보고 바로 걸렀다. 

 

원서 제목을 검색해보니, 

 

스크린브레인

 

번역하면서 우리나라에 좀 더 먹힐 단어를 쓴 건가 싶다. 

책을 읽고 나면 '스크린 브레인'이 정확한 표현이란 생각이 든다.

 

전형적인 클리셰?

 

혹시 

우리 선조는 지금과는 다른 환경에서 수 만년을 살아왔다.

우리의 뇌는 아직 사바나 초원에 살고 있다.

스마트폰은 중독성이 강하다.

 

이런 너무 진부한 얘기들일까 봐 걱정이 됐지만

필요한 정보만 잘 캐치하기로 하고 읽었다. 

 

집중력이 사라지는 시대 - 카카오톡 pc버전

 

개인적으로 업무용 pc에 카카오톡이 되는 게 정말 별로라고 생각한다. 

어느 순간부터 간단한 업무지시나 회의는 카카오톡으로 진행되는 게 다반사가 되었다. 

애초에 카톡을 가족/지인 구성과 업무용으로 구분했더라면 좋았을 텐데,  

카톡을 켜 둔 상태로 업무를 하다 보면 수시로 알림이 떠 집중이 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알림을 무시할 수 없다. 업무용 연락일 수 있기 때문. 

어제도 재택근무 중 상사가 뜬금없이 카톡을 보내와 급하게 전화를 걸었다. 

바로 확인을 하지 않는다면 상대에게 업무에 집중하지 않고 있다는 시그널을 줄 수 있다. 

 

카톡 pc버전은 단순히 집중력 저하의 문제가 아닌 듯하다. 

또 하나의 스트레스로 자리 잡고 있다. 

 

집중력을 방해하는 요소가 많아질수록 집중력 훈련이 되는 게 아니라, 뇌는 더더욱 주의가 산만해진다. 
- 책 본문 중

 

최고 난이도의 중독성 - 도파민의 기제

 

그런데 푸시 알림 따위 의지력으로 가볍게 무시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저자는 여러 가지 실험을 통해 

스마트폰을 보는 것뿐 아니라 단순히 옆에 두기만 해도 

집중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것을 확인했다. 

 

이는 도파민의 작용 기제 때문인데, 

도파민이 과거 선조들의 생존 전략에 어떠한 도움을 주었는지 설명한다. 

 

자연의 많은 과정은 예측 불허인 경우가 많다. 
아래서는 보이지 않는 열매를 얻기 위해 나무를 타고 올라야 하는데,
꽝에도 포기하지 않는 자만이 언젠가는 칼로리가 풍부한 과일이라는 보상을 손에 넣을 수 있다. 

도파민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기분을 좋게 만드는 게 아니라, 
어디에 집중해야 할지 선택하게 만드는 것이다. 
도파민은 뇌의 보상 시스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며, 
스트레스 대응 시스템과 마찬가지로 수백만 년에 걸쳐 진화했다. 

뇌의 입장에서는 기대감 속에 미래의 불확실한 목표를 향해 가는 과정, 
그 길(path) 자체가 목표인 셈이다.  

 

도파민 자체로 즐거움을 느끼는 게 아니었구나. 

그리고 자본주의는 철저하게 이를 이용하고 있다. 

 

컴퓨터와 휴대전화로 매번 새로운 페이지를 볼 때마다 
뇌는 도파민을 분비하며, 그 결과 클릭을 거듭하게 된다. 
방금 보고 있던 페이지보다도 '다음 페이지'를 훨씬 더 좋아하는 듯하다. 
인터넷 페이지 5개 중에 1개꼴로 머무르는 시간이 채 4초가 안 되며, 
10분 이상을 보내는 페이지는 4%에 불과하다. 

 

내가 미치도록 고치고 싶은 부분인데, 

어떤 기사나 블로그를 볼 때 안절부절못해서

내용을 끝까지 읽지도 않고 페이지나 스크롤을 넘긴다. 

책을 볼 때에도 마찬가지.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완독"을 하고 싶은 마음에 

내용을 읽지 않고 활자를 읽어 내려간다. 

 

당연히 다 읽고 나면 허무함을 느낀다. 머리에 남아 있지 않으니. 

이게 도파민의 작용이었다는 걸 이번에 알았다. 

최대한 억제하고 천천히 꼼꼼히 읽어나가야겠다. 

 

어쨌든 스마트폰의 푸시 알림은 도파민 활성화에 최적화되어 있다고 하니 

오늘부터 당장 불필요한 알림을 제거하도록 해야겠다. 

 


 

 

위처럼 알 수 없는 결과에 대한 우리의 타고난 애착 때문에 

오늘날에는 많은 문제들로 이어지고 있다. 

 

각종 중독(도박, 마약, 섹스, 스마트폰)이 대표적인데, 

도박이나 마약, 성범죄 등은 법적인 통제가 있는 반면에 

스마트폰 사용은 통제가 불가능한 영역이다. 

 

저자는 어린아이들이 손쉽게 '스크린 타임'을 늘려가는 데 우려를 표한다. 

집중력 저하도 문제지만, 전두엽 발달에 치명적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전두엽은 다음에 따로 더 공부해보고 정리해보자. 

 

해결 방법

 

할 거면 확실히 해라?!

 

수동적으로 남의 피드만 살펴보는 사람이, 

적극적으로 게시하고 소통하는 유저들보다 우울감이 크다고 한다. 

 

나도 블로그에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다른 글에 나의 생각과 의견을 댓글로 달기 시작했다. 

이왕 시작할 거면 적극적으로. 필요한 사람들만 최소한의 팔로우로. 

 

통제보다는 규칙

 

지나친 통제는 오히려 중독을 불러일으킨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내 아이에게는 되도록이면 영상 시청에 큰 제한을 두지 않으려 했다. 

다만 해야 할 일을 우선 끝내 놓고, 사전에 정해둔 시간 내에서 시청하게끔 한다. 

물론 상황에 따라 여유도 둔다.

 

아니 근데 지금 오전 7시도 안 되었는데, 

축구 하이라이트 보겠다고 일어나 아이패드부터 켜는 아들. 

 

 
인스타 브레인
하루 평균 2600번의 터치, 스크린 타임은 3시간 이상. 아침에 눈뜰 때부터 밤에 잠들기 전까지 옆에 없으면 패닉 상태에 빠질 정도로 우리의 일거수일투족을 함께하는 물건. 다름 아닌 스마트폰이다. 20세기 최고의 시간 도둑이 TV였다면, 21세기에는 스마트폰이 그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휴대가 가능하고 사용자가 자발적으로 사용한다는 측면에서 스마트폰은 TV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그 중독성이 강하다. 그렇다면 이 새로운 발명품이 우리 몸에 그리고 우리 뇌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을까? 스웨덴 출신의 세계적 작가이자 정신과 의사, 안데르스 한센은 바로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파고들었다. 그는 어느 날, 좀처럼 책에 몰두하지 못하고, 자꾸만 별 이유 없이 스마트폰을 만지는 자기 자신의 모습을 ‘깨닫고’ 충격을 받은 나머지 이 문제에 대해 뇌 과학적인 분석을 하기 시작했고, 이 책, 『인스타 브레인(원제: SK?RMHJ?RNAN; SCREEN BRAIN)』을 쓰게 되었다. 스마트폰은 우리가 과거보다 덜 자게 만들고, 덜 움직이게 만들었으며, 직접 사람을 만나 교류하는 시간을 단축시켰다. 그런데 아직도 수렵 채집인의 뇌를 갖고 있는 우리는 ‘충분히 자고 싶은 욕구, 몸을 움직이고 싶은 욕구,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싶은 욕구’를 고스란히 갖고 있기에 불면증과 우울증의 폭발적 증가, 청소년들의 집중력 감퇴와 학력 저하 현상, 디지털 치매 등등은 필연적인 결과라는 것이다. 이 책에는 이 주제에 대한 전 세계의 수많은 연구 결과와 설문 조사, 심리 실험 결과 등등이 집대성돼 있는데, 정신과 의사이자 신경의학자답게 뇌 과학 이론을 접목시켜 독자의 이해를 돕고 있는 것이 가장 큰 장점 중 하나이다.
저자
안데르스 한센
출판
동양북스
출판일
2020.05.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