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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독서

어떻게 배우며 살 것인가

대한민국 평범한 모범생 이야기 

 

A는 중고등학생 시절 모범 학생으로 살면서 주변 친구 어머니들한테서까지 신망을 얻었다. 덕분에 친구들은 그의 이름을 팔고 독서실이 아닌 PC방으로 향해도 위치추적을 안전하게 피할 수 있었다. 전형적으로 시키는 공부에 집중했던 모범 학생은 대학교에 입학하고는 혼란스러웠다. 하고 싶은 전공을 찾아 들어간 것도 아니고, 그동안 억눌려 놀지 못한 아쉬움도 있었기에 신나게 놀았다. 하지만 신남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졸업은 해야 하기에 꾸역꾸역 전공필수 과정과 상대적으로 쉽다는 교양과목을 전전했다. 절대 "Advanced to ~"로 시작하는 교재나 강의는 쳐다보지 않았다. 시키는 것만 잘하던 모범학생의 능력 범위로는 "Introduction to ~"가 적당했다. 하고 싶다는 자세로 공부를 한 게 아니었다. 

 

그렇게 해서 그는 간신히 스펙을 완성한다. 나라와 사회에서 정해둔 규정대로 장애물을 넘는 것, 딱 거기까지는 잘하는 편이었다. 국가에서 제공하는 이공계 장학금 제도가 있었는데 굉장히 허들이 낮았다. 학점 기준을 넘기면 등록금과 교재비를 지원해 주었는데 2.4점부터 출발했다. C+와 B-를 오간다면 충분한, 출석만 하고 시험만 쳐도 나오는 수준이다. 그런데 그걸 못 넘는 친구들도 종종 있었고, 모범학생은 또 그걸 겨우 넘는 수준까지만 성적을 냈다. 다음 학기에는 허들이 2.7로 올랐다. 그래서 그다음엔 딱 그 정도만 넘겼다. 중고등학생 시절엔 우수한 인재라고 칭송받던 학생이 대학에서는 부끄러운 성적을 내면서 혼란스러워했다.  

 

그렇게 해서 그는 학문적인 성과 없이 졸업을 했고, 사회에 나왔다. 사회에 나와 직장 동료들 선배들을 마주하니 우리나라는 학벌의 힘이라는 게 정말 대단하게 작용한다고 느낀다. 전공이나 실제 학업에 대한 성취도 따위는 업무에 중요하지 않았다. 어차피 새로 배우면 그만이었다. 그런데 업무적인 노력도 그다지 없고 가진 지식으로도 그리 대단한 게 없어 보이는 사람들도 혈연-지연-학연 3종 세트로 승승장구했고, 같은 일을 해도 평가는 상대적으로 좋아 보였다. 술자리에서도 툭하면 학벌 이야기가 나오고, 은연중에 자신의 스펙을 알리는 사람도 있었다. "자취를 낙성대에서 했거든요~" 어쩔티비 

 

그렇게 그 모범생은 직장에 와서도 혼란을 겪었다.  

 

최재천의 공부 

 

안희경 기자와 대담 형식으로 글이 구성되어 있어, 인터뷰 내용을 상세히 들여다보는 느낌으로 쉽게 읽을 수 있다.  

 

 
최재천의 공부
《최재천의 공부》는 동물과 인간을 깊이 관찰해온 최재천 교수가 10여 년 전부터 꼭 쓰고 싶었던 책으로, 지금 이 시대에 꼭 필요한 공부에 관한 생각을 총망라한다. 인생 전반에 걸쳐 공부가 왜 중요하고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보고, 그동안 제대로 논의된 적 없는 대한민국 교육의 현실을 톺아보고 미래상을 그려보며 청사진을 제시한다. 하버드대학교 시절 몸소 체득한 경험, 서울대학교에서 이화여자대학교 교수 시절까지 있었던 강의, 자연과학과 인문학을 넘나드는 통섭적 시야 등이 이 책의 바탕이 되었다. 수많은 청소년과 부모, 청년과 중년, 정부와 기업이 자연과학계의 대가인 최재천 교수에게 물었다. “어떻게 좋아하는 일을 찾을 수 있나요?” “많은 일을 하면서 느긋하게 사는 비결이 있나요?” “아이를 잘 키우는 묘책이 있나요?” “전 지구적 재난 앞에서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어떤 인재를 뽑고 길러야 할까요?” 인생의 길, 교육의 길, 정책의 길, 경영의 길, 각자가 찾고자 하는 길의 갈래는 다양하지만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사는 길을 찾고 싶어서 배우고 싶다는 것. “벽돌을 쌓듯 빈틈없이 공부하지 않아도 됩니다” “1분 1초를 다투지 않고 마감 1주일에 앞서 해치웁니다” “독서는 취미가 아니라 일이어야 합니다” “스승은 제자의 발을 밟지 말아야 합니다” “동물스러운 교육을 합시다” “아이들에게 삶을 돌려줍시다” “토론으로 무엇이 옳은가를 찾아갑시다” “마음 가는 대로 해도 됩니다!” 이번 책에서 최재천 교수는 우리가 궁금했던 질문들에 때로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때로는 단단한 직설화법으로 말을 건다. 생각의 창을 열어주고 배움의 방향을 넓혀주는 지도를 펼쳐보인다.
저자
최재천, 안희경
출판
김영사
출판일
2022.05.18

 

최재천 교수는 학생들도 자연과 마찬가지로 다양성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명성이 자자하니 전국 단위로 다양한 학생들이 연구실에 지원한다. 당연히 고루고루 채용을 한다. 하지만 요즘 청년들의 공정성에 대한 민감도가 어떠한가? 당연히 여기저기 불만들이 터져 나온다. 하지만 그때마다 당신의 생각을 잘 설명하고 설득한다. 본인이 그런 학생이었기 때문이다. 늘 산만하고 적응하지 못하고. 결국에는 꽃을 피우더라는 게 본인의 경험이란다. 

 

책을 다 읽고서, 각 목차마다 드는 생각을 정리해보았다.

 

1부 공부의 뿌리. 공부에 있어서는 누구나 꽃피울 잠재력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의 입시제도와 교육 제도는 제대로 고쳐져야만 한다. 획일화보단 다양성이 중요하다.

 

2부 공부의 시간. 끌려가지 않고 끌고 가야 한다. 스스로 길을 낼 줄 알아야 하고, 일에 휘둘리지 않고 내 삶을 지키며 혼자 있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정해진 틀에 갇혀있지 말자.

 

3부 공부의 양분. 토론 문화를 꽃피워 성숙한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말하기를 잘해야 하고, 말을 잘하려면 글을 잘 써야 하고, 글을 잘 쓰려면 독서가 뒷받침되어야 한단다. 코끼리가 싸는 똥의 양을 비유하며 얼마나 많은 인풋(독서)이 필요한지 강조한다. 건전한 토론을 활성화하자.

 

4부 공부의 성장. 배운지 모르게 배운다. 창의력은 경험에서 나오고, 경험은 마음 가는 대로 도전하고 움직여야 얻을 수 있다. 운동하자.

 

5부 공부의 변화. 섞이면 건강하고 새로워진다. 자연에서 종의 다양성은 필연이다. 공부도 마찬가지다. 승자독식 체제는 자연 시스템에서 지속 가능하지 않다. 평생 다닐 각오로 대학을 바라보자.

 

6부 공부의 활력. 손잡아야 살아남는다. 소통 창구를 늘리고, 자존감을 키울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전두엽을 발달시키자.

 

 


 

여태까지 우리나라의 성공방정식이었던 경로를 열심히 밟아왔던 모범학생은 앞으로도 잘 살아남게 될까? 앞으로의 변해가는 사회와 환경, 그리고 본인을 포함한 가족의 삶을 위해서라도 공부의 저변을 넓히고 스스로 개척하는 삶을 살아야 하지 않을까. 모범학생이 중년이 되어서도 공부해야 하는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