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 은퇴 생활 시뮬레이션
방에 격리하는 동안 무엇을 할지 고민을 많이 했다. 사실상 노후 은퇴 라이프와 비슷한 환경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몸이 쇠약해져 바깥활동이 줄어든다면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내게 될까.
당연히 우선 과제는 글쓰기와 독서였다. 그런데 막상 해보니, 생각보다 앉아있는 게 중노동이고 정말 시간이 많이 남더라. 내가 생각보다 독서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사실도 깨달았고. 제약적인 환경에서 짧은 시간 활용하는 독서가 가장 효율적인 것 같다.
독서뿐이겠는가. 결국 적당한 몇 가지 취미나 봉사활동 등을 정해두고 조금씩 쪼개서 제한적인 시간 동안 집중하는 삶을 살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어쨌든 넷플릭스는 구독하지 않기로 다짐했고, 많은 방황 끝에 티빙을 켜봤는데 마침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인간 잡학사전 – 알쓸인잡>이 본방 중이었다. 예전에 참 좋아했던 프로그램인데, 유희열 잘 사나. 진행자가 누구로 바뀌었는지부터 궁금했다. 오 장항준과 RM이 아닌가. RM이 게스트도 아닌 고정 패널로 나와있어 신기했다.
RM은 역시 소문답게 미술을 사랑하고 교양이 있다는 게 느껴졌다. 들러리 정도로 있는 게 아니라, 많은 패널들과 자연스럽게 소통하는 모습이 너무나 성숙해 보였다.
내가 사랑하는 인간은 나
패널 중에 심채경이라는 사람이 나왔다. 얼굴에 느껴지는 온화한 기운이 범상치 않았는데 의외로 천문학자였다. 우리가 보통 생각하는 과학자의 날카로움과 고뇌가 묻어있지 않다! 얼마 전에 정규직이 된 교수이자 작가란다. 온화함의 비결은 나 자신을 사랑하는 데 있는 것 같았다.
가치판단의 무게중심이 내 안에 있으면 나를 사랑할 수 있다.
- 심채경 작가
내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줄 알고, 장점과 단점을 끌어안을 줄 아는 사람이 성공한다는 것이다. 남들과 비교해서 나를 바라보면 무게 중심이 바깥에 있는 천체처럼 궤도를 이탈하고 사라질 수 있다.
이에 남준도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하며 보탠다. 다른 래퍼들보다 자신이 뛰어나다 할 수 없지만, 우리 모두는 남들과 다른 모서리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내가 가진 무엇인가를 잘 표현하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살아왔다고. 격리된 방은 춥지만 대화는 따뜻하다.
살아오는 동안 어떤 고민들을 하면 저런 결론이 나오는 것일까.
주변 평판에 신경 쓰고, 행복의 기준을 내 주변의 것들로 삼으며, 나의 단점들에 대해 절대 사랑할 수 없는 나인데.
내 얼굴에 책임질 나이, 불혹
글쓰기를 시작할 땐, 생각하는 바를 주장하고 남에게 연설한다는 마음으로 글을 써보는 게 좋겠다고 생각하는데, 늘 쓰다 보면 반성문이 되고 만다. 오늘도 난 나의 단점과 고쳐나가야 할 점을 생각하며 '나이별 이칭'을 검색하며 나를 쪼으고 있다... 후후 내 얼굴에 책임질 나이라니 ㅎㅎㅎㅎ
김영하가 이야기한 대로, 자기 자신에게 조금 더 흐릿하고, 덜 엄격하게 대하자. 나를 사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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