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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일기

코로나 재 감염 - 5일 차(정신과 시간의 방에서 바둑 공부)

 

정신과 시간의 방 

 

나무 위키에 실제로 존재하는 정신과 시간의 방으로 나열된 것 중 코로나 자가격리도 있었다. 

 

 

 

정신과 시간의 방 - 나무위키

아...아무것도 없어... 그저 새하얀 공간 뿐이야! 精神と時の部屋 Hyperbolic Time Chamber 《드래곤볼》에 등장하는 방으로 신의 궁전에 있는 방. 친숙한 소재를 고유명사화 하는 토리야마 아키라식 작

namu.wiki

1.5. 실존하는 정신과 시간의 방(?)
11. 자가격리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의 대유행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졸지에 집 안에서 몇 날 며칠을 통조림되어야 하는 상황에 처하자 시간을 죽이기 위해 별의별 잉여로운 짓들을 하는 사람들이 속출했다. # 그나마 감염이 무서워서 자발적으로 방콕 하는 건 언제든 밖에 나가거나 집 안을 돌아다닐 자유라도 있지만, 해외입국이나 확진자 접촉 등의 이유로 2주 강제 자가격리 명령을 받는다면 군대 훈련소급 또는 그 이상의 고통을 경험할 수 있다. 허가 없이 밖에 나가면 감염병 예방법 위반으로 졸지에 범법자가 되는 데다 아무리 넓은 집에 살아도 화장실을 제외하면 방 밖으로 나갈 수조차 없다.

 

정신과 시간의 방이 떠오를 만큼 고통스럽다며 친구들에게 톡을 했다. 하지만 바꿔 생각하면 드래곤볼에서는 수련의 장소로 삼을 만큼 훌륭한 기회다. 뭐라도 하나 건져서 나가자는 마음으로, 아들이 학교에서 공부하던 교재를 읽었다. 

 

바둑 - 인생의 축소판 

 

어릴 적과 총각이던 시절에 막연하게 바둑을 배워둬야 한다는 생각을 했었다. 미래의 장인어른에게 잘 보일 수 있는 도구라고 알고 있었다. 그게 현실이 되진 않았으나 요즘 아이가 바둑을 배우고 있는데, 날이 갈수록 실력이 느는 게 보인다. 그리고 최근에는 접바둑을 끝내고 동등하게 두었는데도 내가 졌다. 다음번에는 내가 검은 돌을 잡을 차례. 

 

 

6권도 있는 것 같았는데 안 줌. 사망선과 패망선을 조심하라!

 

그래서 이번 기회에 아들이 준 책을 쭉 훑었다. 단수, 축, 자충수, 촉촉수, 환격, 호구, 장문, 옥집, 먹여치기, 포석.

1~4선까지 이름이 있었는데 뜻이 재미있었다. 사망선, 패망선, 실리선, 세력선. 

그런데 책이 아직 기초단계여서 그런지 공통점이 눈에 들어왔다. 

맺고 끊기를 잘해야 한다는 것.

(여기서 맺다는 '끄나풀, 실, 노끈 따위를 얽어 매듭을 만들다'는 뜻이 맞겠지?)

 

나의 돌을 잘 엮고, 상대의 돌을 먼저 끊어내는 게 모든 수의 출발점이자 종착점인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인간관계나 사회생활을 할 때에 흔히들 맺고 끊기를 잘해야 한다는 표현을 하는데, 이게 바둑에서 유래된 것 같기도 하다. 내(아군)가 잘 맺지 못하면 상대(적군)가 나를 끊어 위험에 처할 수 있고, 반대로 상대의 고리를 선제적으로 끊어버림으로써 나를 살릴 수 있는 것이다. 

 

나의 평소 약한 연결 고리는 무엇인지 생각해본다. 

 

이제 곧 해방, 일상으로 돌아가서 달라져야 할 점 

 

아내는 내 식사 챙기느라, 아이 돌보느라, 나 때문에 바깥 운동도 못 다니는 바람에 몸져누웠다. 너무 미안하다. 어차피 속도 편하지 않아서 식사는 하루 두 끼 이내로, 그리고 배달 음식으로도 때우는 중이다. 걸리고 후회하지 말고 걸리지 않게 조심했었어야 한다. 

 

저녁 패스하겠다고 했는데, 뭐라도 먹으라며...

 

개인적으로도 그동안 못했던 많은 일들을 해낼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 주어졌다. 그럼에도 욕심과 기대만큼 많이 해내지 못해 아쉽다. 평소에 아이 돌보느라, 회사 출퇴근에 피곤해서 등의 핑곗거리가 있었는데 이번 기회에 반성한다. 시간이 많이 주어져도 어차피 안 한다. 의지의 문제라는 것을 깨달았고, 반드시 적절한 환경 설정으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