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부모님께서 경제, 돈 이야기에 대해 특별히 터부시 한 경험은 없었다. 대신 자식들이 집안 사정 때문에 신경 쓰일 일 없도록 배려해 주셨다. 그래서 가족끼리 모여 있어도 돈 이야기나 장기적인 계획에 대해 토론이나 생각을 주고받은 적이 없었다. 사실 집안이 넉넉하지도 못했고, 그렇다고 대출이 많은 것도 아니었으며 부모님 스스로도 돈 지식이 해박하지 못했기 때문이리라. 그나마 어머니께서는 없는 형편에 아이들 학교라도 잘 보내고 싶은 마음으로 이것저것 시도하셨다. 우리 가족은 오래된 빌라만 있던 동네를 전전하다가 첫째가 중학생이 될 즈음 그럴싸한 동네로 이사를 왔다. 지금에 와서 생각해 보면 이때가 나와 가족의 터닝포인트가 아니었을까 싶다.
돈이라는 것에 대해 어느 정도 알게 된 시기는 결혼 후 몇 년 뒤라고 생각한다. 물론 그전부터도 돈을 많이 벌고 싶었고 돈에 대해 안다고 생각했다. 이제와 보니 모으는 법, 다루는 법, 쓰는 법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은 없었다. 그래서 가끔은 내가 어릴 적에 부모님께 우리 가족의 경제력이나 각종 돈 문제들에 대해서 들으며 자랐으면 어땠을까 싶기도 하다. 그래서 내 아이에게는 어느 정도 대화가 통하는 시기부터 일찌감치 돈 이야기를 어렵지 않게 꺼내고 교육하고 있다.
3대가 모인 자리에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는데, 아이가 생각보다 집안 경제 사정을 많이 인지하고 있었다. 약간은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는 어른들끼리 얘기하면 자꾸 자기도 알려달란다. 그러나 너무 어린 나이이기에 자칫하다가는 잘못된 가치관이 정립되거나 남들에게 엄한 이야기를 하고 다닐까 걱정이 되었다. 그리고 너무 돈을 기준으로만 사고하는 부작용도 걱정이 되었다.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거나 학습 능력과 맞지 않는 교육은 지양하고, 다양한 분야에 적절한 속도로 균형 있게 학습이 시켜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내가 과거에 부족했다고 생각한 부분을 챙기려다 보니, 반대로 부모님이 충분히 신경 써주셨던 부분에 대해서는 아이에게 소홀한 점이 없는지 살펴본다. 형제 없이 외동으로 키우다 보니 생기는 문제점이나, 아이 행동을 유심히 관찰하고 도움을 줄 수 있는 교육에도 충분히 노력을 기울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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