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파트 단지의 후문 주차장으로 가는 왕복 3차선 도로가 있다. 말이 3차선이지 주차장 진입을 위한 진입로쪽 차로가 있기 때문이고, 이 도로를 이용하는 차량은 주로 좌우 아파트 단지 내 차량으로 통행량도 많지 않다. 이 도로를 가로지르는 횡단보도가 있는데, 대로 우측으로는 지하철 역이 있고 좌측으로는 상가들이 있기 때문에 주민들의 도보 이용이 많은 곳이다.
횡단보도에 신호등이 별도로 설치되어 있지 않았다. 그래서 차량와 사람들이 얽히는 공간이기는 했다. 사람들이 건너는 중에도 아랑곳 않고 지나가는 차들도 있었고, 반대로 좌회전 신호를 받은 차량이 수월하게 건너가야 하는데 이를 무시하고 사람들이 건너가는 바람에 교통흐름이 원할하지도 못했다. 그러나 그 정도가 그리 심하지는 않았고, 차량 자체도 많지 않을 뿐더러 빠른 속도로 진입하는 구간도 아니기에 위험하다고 느끼지도 못했다. 차량 운전자로서든, 도보 이용자로서든.
그런데 어느 날 도로 가장 오른쪽 차선을 메우는 공사를 하더니, 횡단보도에 신호등이 설치 되었다. 이때부터 문제가 생겼다. 도보 이용자들은 평소 쉽게 건너던 건널목에 신호를 기다려야 하는 불편함이 생겼고, 차량도 마찬가지로 대로변 우측에서 진입해 오다보면 좁아진 진입로에다 신호를 기다려야 하니 여러 대가 멈춰서 신호를 기다리는 현상이 생겼다. 그로 인해 대로변 2차로에까지 정체가 종종 생긴다.
아마도 저 횡단보도에 누군가 신호등을 설치해달라는 민원을 넣었을 것이다. 사람들은 신호등이 있는 것이 더 안전하고 질서가 잡힌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나도 그 부분에 대해서는 동의하고, 아이를 키우는 입장이니 당연히 안전이 최우선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막상 신호를 대기하여야 하는 비효율이 생기다 보니 문득 이게 맞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자발적인 규율을 통한 안전 확보가 아닌, 타의로 인해 효율적이지 못한 방식의 안전 추구라니.
서로를 믿지 못하는 불신 사회, 혹은 한발짝도 양보하지 않으려는 개인주의적인 성향이 짙어가는 느낌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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