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사동에 조그마한 식당을 찾았다.
친구들과 연말 모임에 술 한잔을 했는데,
헤어지기 아쉬워 한잔 더 할 곳을 찾다가 발견한 주꾸미 전문점이었다.
신사쭈꾸미 : 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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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place.naver.com
손님은 한 번에 스무 명도 채 받지 못할 작고 허름한 가게였다.
늦은 밤이었음에도 손님이 꽤 있었고, 우린 자리를 치워주시는 동안 잠시 기다렸다가 들어갔다.
가게 운영 시간은 오전 9시부터 밤늦은 시각까지였다.
메뉴(주꾸미)로 보아 술장사 하는 곳인데 아침 일찍 열 이유가 있나 싶었다.
게다가 주인 두 분은 연세 많으신 노부부 같았다.
허리도 많이 굽으셨고 귀도 어두우신 편이었다. 즉, 기력이 좋아 보이지 않으셨다.
원래는 아들이 가게 일을 돕는데 오늘은 안 나오셨다고.
자신 있게 권해주신 소금구이를 시켰고, 양념구이도 같이 먹어보기로 했다.
국물 자작한 볶음이 아닌 소금 간만 한 주꾸미 구이는 처음 먹어보았는데,
생각보다 비리지도 않고 탱글 하게 맛이 좋았다.
여쭤보니 전라도에서 잡은 것이라며 다른 가게에서 먹기 힘든 좋은 재료라 하셨다.
덕분에 우리는 좋은 집 찾았다며, 즐겁게 먹고 마셨다.
잠시 이것저것 얘기를 나누다 들어보니 장사를 무려 49년째 해오고 계신단다.
강남 치고는 가격도 그리 비싸지 않았고 콜키지도 가능(병당 13천 원)했으며 주꾸미도 직접 구워주셨다.
언뜻 보면 남는 장사 같지도, 쉬워 보이지도 않았다(매일 오전 9시부터 가게를 오픈하신다).
음식을 내온 뒤로 두 분이 주방 쪽에 기대어 앉아 우리를 가만히 보고 계시는 게 느껴졌다.
어떤 동력이 이분들을 이렇게 성실하게 만들었을까.
보이는 게 전부는 아니겠지만, 왜 이렇게까지 하시는 걸까.
그들의 인생에 있어 일과 노동은 어떤 의미일까.
나는 왜 나의 노동을 그렇게도 빨리 떨쳐내고 싶어 하는 것일까.
음식의 맛보다는 그들의 역사가 더 관심이 가는 식당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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