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학 동기들과 함께 은사님을 뵈었다.
학생 때는 일부러 눈 마주치는 것을 피했다.
무슨 질문을 하실지 몰라서.
공부도 안 하고 과제도 안 했으니 자신이 없어서다.
성인이 되어 염치도 없이 주례를 부탁드렸다.
수차례 거절하셨지만, 수차례 찾아뵙고 청했다.
학생 때는 그렇게 도망만 다니던 내가, 막상 필요할 때가 되니 낯짝이 두꺼워졌다.
지금 다시 돌아가서 부탁해 보라 하면 못할 것 같다.
어쨌든 학창 시절의 인연보다, 졸업 후 주례의 연으로 연락을 이어갔다.
다른 동기도 추천서를 부탁드리기도 하면서 여럿이 모여 찾아뵙기 시작했다.
부모님보다 많은 나이의 은사님은 늘 여전하셨다.
학생 시절에 뵈었던 모습과 20여 년이 지난 지금의 모습은 차이가 없다.
오히려 당시에는 너무나도 멀고 어려운 존재였지만,
지금은 같은 자리에 앉아 술 한잔 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더 가깝게 느껴진다.
상상도 못했던 농담도 주고받는다.
꼭 5월이 아니더라도 조금 더 자주 연락드리고 자주 뵙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도 나이가 들었구나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