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의 전반부까지만 읽고 남기는 감상평이므로,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결론과는 다른 해석이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 저자
- 정현채
- 출판
- 비아북
- 출판일
- 2023.04.21
죽음에 관한 책은 대개 철학적이다. 책 표지를 접하고 나는 자연스럽게 먼저 산 어른으로서 후배들에게 들려줄 이야기를 기대했다. 의과대학 교수라는 타이틀이 더욱 기대감을 부풀게 했다. 철학적인 주제에 저자가 직접 경험한 이야기를 얹어 몰입도가 높아질 것 같은. 책의 도입부에는 저자의 죽음에 대한 강의를 병에 걸렸거나 죽음을 앞둔 지인에게 알리면서 그들에게 도움을 주었다고 하니 나의 예상대로 흘러갈 듯한 느낌이었다. 많이 공부하고 경험한 교수님의 삶과 죽음에 대한 이야기가 나를 사로잡을 것이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끝이라는 두려움과, 남겨진 사람들에 대한 걱정과 두려움. 고통스럽지 않은 죽음을 맞이한다면, 나는 내 인생의 마감에 대해 큰 두려움을 느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남겨진 사람들이다. 이른 나이에 내가 죽거나 급작스럽게 세상을 떠난다면 금전적으로나 심정적으로나 남겨진 사람들에게 큰 충격을 줄 것이다. 그래서 나는 2가지 시스템을 구축하려 노력한다. 첫 번째는 건강. 갑작스러운 죽음을 당하는 것은 어찌할 도리가 없다. 다만 온갖 병치레를 하며 죽어가는 건 원하지 않기 때문에 신체 건강을 유지하려 노력한다. 두 번째 시스템은 자산관리 시스템이다. 급작스럽든 자연스럽든 죽음이 찾아오면 남겨진 가족에 대한 부양 의무는 나에게 있다고 생각한다. 워런 버핏은 본인이 죽으면 가족 재산의 대부분을 S&P500 지수에 넣어둘 것이라고 했다. 리스크 대비 안정적으로 자본을 키워가기 위해 처자식에게 자산을 세팅해 주고 교육해 줄 의무가 나에게 있다.
이 정도 생각을 갖고 책의 전반부를 읽어 나갔다. 근사체험, 영혼, 사후생 등의 이야기로 뒤덮여 있는데 우리가 죽음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는 이유가 다름 아닌 죽음은 끝이 아니라 다른 세계로 넘어가는 문이기 때문이라고. 이 부분이 조금 황당하게 다가왔는데, 과학을 기반으로 하는 의술을 다루는 자로서 비과학적인 현상들을 종합하여 자신의 의견을 펼치기 때문이었다. 사후세계와 영혼, 유체이탈을 이야기하는 의사라니.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음으로써 자살을 줄이고 매사 충만한 삶을 살 수 있으며 죽음이 임박한 자들에게 삶의 마무리를 돕는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는 긍정적인 효과일 것이다. 그런데 사후세계가 존재한다고 확고하게 믿는 근거들이 나열되어 있는데, 각 사연들의 내용에 담긴 모순들이 너무나 명확하여 설득되지 않았다. 철학책도 아니었다. 굳이 구분하자면 임상 논문 정도가 되겠다.
무엇보다 남겨진 자들에 대한 두려움과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도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유 > 독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정책의 변화에 주목하자 - 이게 다 석유 전쟁? (1) | 2023.10.04 |
---|---|
의학자의 비과학적인 주장이지만 (1) | 2023.10.02 |
책값의 xxx 배만 뽑아보자 (1) | 2023.09.26 |
1%의 독서법 - 닥치는대로 읽지 않는다 (0) | 2023.09.21 |
인구 구조의 변화 (0) | 2023.09.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