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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독서

전라디언의 굴레 - 혐오와 편견을 넘어 관심으로


이탈리아로 가는 길이라는 책을 먼저 알게 되었는데, 책 제목부터 딱 느낌이 와 작가 이름을 새겨 두었다. 도서관에 갔는데, 책이 대여 상태여서 작가의 전작 전라디언의 굴레를 빌렸다.

운이 좋은 나는 부모님께서 일찌감치 상경하셨고, 교육열 덕에 적당히 졸업하고 취직하고 결혼하여 애 낳고 살고 있다. 주변을 돌아보면 역시 적당히 먹고살면서 중산층으로 혹은 상류층을 진입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인다.

어릴 적에 비해 분명히 지역 차별이나 출신에 대한 거부감이 덜해졌다고 느꼈다. 그러나 작가는 그것이 오히려 남아있는 전라도인들에 대한 특히 청장년 층에 대한 이중 차별이라고 한다.

주류가 된 전라도 출신들은 더 이상 지역의 보통 혹은 하층 노동자들을 대변해 줄 수 없는 구조가 되었고, 모두의 무관심 속에 잊혀 가는 존재가 되었다. 자생해야 하지만 자생할 수 없는 구조. 비단 전라도만의 이야기는 아니고 지방 도시와 농촌도 대상이다.

책을 읽고도 그래서 도대체 어떻게 풀어나가야 하는지 갑갑하기만 했다. 마지막에 제언으로 마무리하지만, 와닿는 주장은 아니었다. 쉽게 바뀌리라 믿음이 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른 정당, 다른 정책, 다른 의견들은 나와는 “틀린” 사람들이라고 선을 긋는다. 대승적이고 장기적인 발전을 위한 토론의 부재는 각기 분할된 소그룹 간의 밥그릇 싸움으로 변질되었다. 급격한 경제의 발전 외에 다른 목표가 없었던 시기에 효율적이고 합리적이었던 사회 구조에서 발생하지 않았던 문제들이 저성장 저출생 시대로 접어들면서 각종 부작용이 발생한다.

교사와 학부모, 노동자와 사용자, 거대 여야, 기성세대와
신세대는 더 이상 앞만 바라보는 협력자의 관계가 아니게 되었다. 혐오와 편견의 대상이 되었다.

전라디언의 굴레
여기, 우리 사회가 만들어낸 각양각색의 모순이 두텁고도 끈끈히 덧얽힌 호남을 집요하게 파헤치고 정교히 뜯어보는 책이 출간되었다. 《세습 중산층 사회》를 통해 불평등 사회에 날카롭고 묵직한 화두를 던졌던 저자가 이번에는 보편의 문제와 특수한 사정이 옭아매는 한국 내 유일한 지역 “호남”에 주목한다. 책은 광주를 중심으로 호남이 안고 있는 문제를 다양한 각도와 층위에서 살펴본다. 지역차별, 저발전, 불평등, 산업 및 경제 구조, 부패와 무능, 취약한 지역정치 구조와 거버넌스 등 오늘날 호남이 안고 있는 중층적 모순을 들여다본다. 지역과 계급이라는 이중차별, 누구나 알지만 아무도 모르는 호남의 이야기를 그려낸 《전라디언의 굴레》다.
저자
조귀동
출판
생각의힘
출판일
2021.1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