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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독서

녹나무의 파수꾼 - 모든 걸 공개할 용기

약간의 스포 있음.

녹나무의 파수꾼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을 잇는 감동 소설을 들고 온 히가시노 게이고. 『녹나무의 파수꾼』은 소원을 들어주는 나무라는 다소 황당무계해 보이는 설정이지만 저자는 대가다운 솜씨를 발휘해서 그 나무의 능력을, 그리고 그 나무에 마음을 전하고 싶은 사람들의 사연을 설득력 있게 풀어낸다. 정말로 우리 주변에 있을 법한 사람들의 모습과 그들의 이야기를 읽고 있다 보면 어느새 마음속 어딘가에서 감동이 툭, 하고 번져오게 될 것이다. 천애고아, 무직, 절도죄로 유치장 수감 중. 그야말로 막장인생 그 자체인 청년 레이토. 그런 그에게 일생일대의 기묘한 제안이 찾아온다. 변호사를 써서 감옥에 가지 않도록 해줄 테니 그 대신 시키는 대로 하라는 것. 제안을 받아들인 레이토 앞에 나타난 사람은 지금까지 존재를 알지 못했던 이모라고 한다. 그녀는 레이토만이 할 수 있다며 ‘월향신사’라는 곳의 ‘녹나무’를 지키는 일을 맡긴다. 그 녹나무는 이른바 영험한 나무로, 많은 사람들이 기도를 하러 온다. 그러나 단순히 기도를 한다기엔 그 태도에는 무언가 석연찮은 것이 있다. 일한지 한 달 정도 지났을 무렵, 레이토는 순찰을 돌다 여대생 유미와 마주친다. 유미는 자신의 아버지가 여기서 도대체 무슨 기도를 하는지 파헤치려 뒤쫓아 온 것. 레이토는 반은 호기심에, 반은 어쩌다보니 유미에게 협력하게 된다.
저자
히가시노 게이고
출판
소미미디어
출판일
2020.03.17


줄거리를 놓고 보자면, 조금 더 추리극의 느낌이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이왕이면 더 비현실적으로 시공간의 왜곡도 있었다면 어땠을까 싶고.


그래도 어쨌든 재미나게 빠져 읽었다. 적당한 비현실적인 기적을 상정하여 대중들로 하여금 지나친 관심을 차단하는 전략. 그래서 녹나무의 영험함이 널리 퍼지지도 않고 적당한 바운더리 내에서 비밀을 지킬 수 있는 사람들끼리 이용되며, 특정 가문이 대대로 이를 관리 및 계승해 나아간다는 설정이다.

무언가를 선언한다는 것 자체만으로 사람들에게 신뢰를 준다는 것에 울림이 있었다.

현재까지의 과학 기술로는 어떤 사람의 생각을 말로 전달하는 것 외에는 전달할 수 있는 수단이 없다. 시간의 이동도 마찬가지로 현재는 불가하다. 그러나 그런 상상은 얼마든지 해왔다. 과학이 발전하여 밝혀지거나 기록되지 않은 과거를 새롭게 알아낸다면? 마치 타임머신이 과거를 돌아보며 일거수일투족을 끄집어내는 것 같은. 또 어떤 사람의 머릿속에 들어가 그가 생각하고 경험한 것들을 모두 알아낼 수 있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세상의 어느 누구는 감추고 싶은 비밀이나 경험이 있고, 드러나서는 곤란한 생각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불가능하리라는 보장이 있을까. 지금으로선 그러한 기술이 발전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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