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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리뷰

길복순의 자존심 vs 정이의 한(限)

 
중년 여성의 액션을 올해 두 편 보았다. 
얼마 전에는 정이라는 영화에서 김현주가, 
이번에는 길복순의 전도연이 연기했다.
 

 
공통점이 몇 가지 있었다.
홀어머니와 외동딸이 주인공이라는 점,
어머니가 전사 or 킬러라는 것. 
 
세계관은 정이가 더 수월하게 이해되었고, 
신파가 없다는 점에서는 길복순이 나았다. 
 

세계관


정이

의 세계관은 AI로 잠식된 디스토피아를 그렸다. 
SF영화에서 주로 사용되는 소재이므로 익숙한 설정에
군데군데 참신한 아이디어가 돋보인 영화다. 
그리고 영상미가 있어서 좋았다.


길복순...

SF는 아니고 현시대가 배경인데, 
도저히 존재할 것 같지 않은 장소와 직업과 사람들.
첫 장면의 액션 신을 보고서는 TV를 껐다가, 
리뷰들이 괜찮기에 며칠 뒤 다시 보게 되었다. 
 
실화를 바탕으로 했거나 실제 있을 법한 과거와 현실, 
또는 그럴싸한 미래를 그린 영화를 좋아한다. 
그런 면에서 정이와 길복순 모두 나의 취향은 아니었다. 
 

모녀 관계


정이

에서 아쉬웠던 점은 모녀의 관계를 그리면서
감정의 과잉을 불러온 점이었다. 
이러한 장르를 흔히들 신파(新派)라고 하는데
정확한 뜻은 몰라서 나는 그렇게 표현하고 싶지 않다.
아무튼 영화라는 러닝타임의 한계로, 
주인공의 기구한 삶이 온전히 시청자에게 와닿지 않는 느낌을 받았다.

길복순

에서는 의외로 끝까지 긴장감 있게 마무리된다. 
각자가 가진 비밀이 있고, 사건이 터지면서 서로를 알게 되고. 
그러나 길재영의 아빠가 누구인지도 안 알려주고,
서로 화해하고 관계가 개선되거나 그딴 것 없이
서로의 비밀을 전부 혹은 일부 알게 되지만 
받아 들이고 감정의 과잉 없이 깔끔하게 마무리.


죽을 때까지 숨길 것, 
숨기지 못한다면 죽일 것.
 
기대보다 괜찮았다는 점에서 전도연의 길복순의 승리다. 
그래도 다음번에 비슷한 영화가 나온다면 둘 다 보지 않을 듯하다. 
아, 아닌가. 결국 궁금해하다가 참지 못해서 보려나. 
취향을 바꾸기란 쉽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