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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운동

두 번째 우승이 빠르다는 것의 의미 - 김주형 프로(PGA)

얼마 전 대한민국 골프선수 김주형(Tom Kim)이 주목받았다. 타이거 우즈보다 앞서서 PGA Tour 2승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나이에 비해 탄탄한 실력과 작년에 프레지던스 컵에서 보여준 친화력은 굳이 타이거 우즈와 비교하지 않더라도 눈에 띄는 존재였다. 빠른 2승의 의미가 궁금해졌다. 그전에 최근 기사를 보며 느낀 점이 있어 요약해 본다. 

 

나이키와 계약을 맺다

 

2023년이 되자 이번엔 스폰서십 체결에 주목을 받고 있다. 과거에도 한국 골프 선수가 나이키의 스폰서 계약을 체결한 사례는 있었지만, 김주형은 의미가 더 크다고 생각했다. 바로 영어 실력이다. 기사에도 언급이 되어 있다. 

관계자들은 김주형이 나이키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은 이유를 스타성에서 찾았다. PGA 투어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뛰어난 실력에 영어를 완벽하게 구사할 수 있는 선수가 김주형이다. 그동안 PGA 투어를 누볐던 한국 선수와는 다른 특별함이 있다"며 "한국과 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 골프팬들이 열광하는 선수가 될 수 있는 자질을 갖고 있는 만큼 나이키가 큰 금액을 투자해 메인 스폰서 계약을 체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 매일경제 -
 

'2000만달러 나이키맨' 김주형 … 첫 대회부터 이글이글

'왕중왕전' 센트리 토너먼트 첫날 … 8언더 단독 4위김주형이 6일 열린 PGA 투어 센트리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 첫날 4번홀 그린에서 다음 퍼트를 준비하고 있다. 【AFP연합뉴스】최소 5년간 2000만

sports.news.naver.com

 

PGA 투어에 나서는 선수들에게 골프 실력 비교는 무의미하다. 그가 스타성을 지녔다고 평가하는 큰 배경에는 언어 능력이 있는 것이다. 누가 뭐래도 난 그 부분이 절대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라 본다. 

 

만 21세 이전에 PGA 2승은 세계 두 번째 기록

 

다시 돌아와서 2승 기록에 대해 살펴보자. 

 

김주형(2002) 출처: 나무위키

 

나무위키에는 별다른 내용 없이, 2승을 거둔 사실에 대해 간략히 서술되어 있다. 세계 최초도 아니고 세계에서 가장 어린 나이에 달성한 기록도 아니었다(김주형의 기록을 폄하하는 것이 아니다). 타이거 우즈와 비교할 때 빠른 것이었고, 랄프 굴달이 20세 2개월로 가장 빠른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고 한다.

 

타이거 우즈와 비교한 1승 시기는

 

2승이 빠르다는 얘기는 1승은 상대보다 늦었다는 의미일까. 김주형과 타이거 우즈의 첫승 기록을 비교해 보자.

 

출처: 나무위키

 

타이거 우즈는 PGA Tour 첫 승을 1996년 10월 6일 라스베이거스 인비테이셔널에서 거두었다. 1975년 12월 30일 생이니, 만 20세 9개월 정도 된다. 

 

첫 번째 우승은 21-22 시즌 9번째 출전 대회(누적 15회 출전)에서, 출처: pgatour.com

 

김주형의 우승 기록을 살펴보니 1승은 2022년 8월 7일 윈덤 챔피언십에서였다. 20세 1개월 18일이란다. 타이거 우즈보다 7개월 이상 빠르다. 2승을 너무도 강조하기에, 첫승은 타이거 우즈가 빠르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첫 승 이후 2승도 빠른 템포를 이어갔기에 계속해서 기사가 나오는 듯하다. 참고로 최연소 우승은 조던 스피스(만 19세)였는데 그 뒤로 우승은 좀 늦게 나왔나 보다.

 

두 번째 우승은 22-23 시즌 첫 출전 대회. 출처: pgatour.com

 

2승을 이루기까지 다른 조건들은 비슷했나 

 

나이 말고 다른 면에서 살펴보자. 타이거 우즈는 프로 경기 5번째에서 첫 우승을 일궜으며, 두 번째 우승은 다다음 출전 경기였던 7번째 경기에서 이루었다. 엄청난 속도다. 김주형은 첫 승이 15번째 경기였다. 게다가 PGA Tour 데뷔가 19-20 시즌 후반에 있긴 했으나, 코로나바이러스가 전 세계를 휩쓸면서 20-21 시즌에는 불과 5경기 밖에 출전하지 못했고 22-23 시즌이 되어서야 우승을 했기 때문에 데뷔 3개 시즌 만의 우승이었다. 

 

단순하게 출전 경기 당 우승으로 살펴보면 타이거 우즈가 훨씬 빠른 시기에 성과를 냈다고 할 수 있고, 반대로 훨씬 이른 나이에 출전을 시작했고 코로나 등의 대외적인 영향이 없었더라면 더 빠른 나이에 성과를 낼 수 있었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김주형의 발전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할 수도 있다. 예전에 비해 잠재 선수층이 두터워지고 무한 경쟁에 돌입해 있다는 사실도 그의 성과를 충분히 인정해줄 요소이다.  

 

20경기에 오피셜 상금만 5백만 불 육박. 출처: pgatour.com


 

타이거 우즈보다 2승을 먼저 거두었다는 기사들을 접하며 비판적인 시각으로 사실 관계를 알아보았다. 예상대로 경기 횟수로는 김주형이 타이거보다 많았고, 반면 첫승도 타이거보다 빨랐다는 점은 의외였다. 기록이 어떻든 김주형의 실력과 멘탈 그리고 영어 구사와 소통 능력은 부정할 수 없는 세계급이다.

 

아이를 키우며 예전 세대에 비해 동일한 노력과 투자를 쏟더라도 기대할 수 있는 성과의 수준이 많이 감소했다는 이야기들을 종종 나눈다. 경제 성장률이 이전에 비해 많이 낮아진 점도 있을 것이며, 대한민국에서는 특히 공부로 성공하는 것이 점점 부모 혹은 조부모의 경제력에 좌우되는 경향이 강해지며 나오는 자조적인 이야기들이다. 

 

나이는 어리지만 대회 출전 횟수가 압도적으로 많았던 김주형 프로. 어린 나이에 적성을 찾고, 그에 맞는 커리어를 쌓으며 소통 능력(대부분 영어 능력)을 쌓을 수 있다면 경쟁이 심화되는 미래에도 스타는 꾸준히 발굴될 수 있다는 걸 증명한다. 스포츠 세계에서 뿐만 아니라 어느 영역에서도 마찬가지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