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조직 생활을 하다 보면 어쩔 수 없이 거절도 해야 하고 얼굴 붉히는 일도 생기기 마련이다. 모두에게 잘 보이거나 모두에게 좋은 사람이 될 수는 없는 법이다. 그러나 마주한 자리에서 거절하기 어려워 마지못해 승낙하고 나중에 후회하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 반대로 이를 이용해 다른 사람들이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어내는 사람들도 있다.
어렵거나 불편한 제안을 거절하는 법
단계별로 쪼개어 생각해 보자. 우선 제안을 들어본다. 듣고 거절하는 방법이 있다. 하지만 거절할 명분을 찾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할 수 있다. 그럼 시간을 달라고 요청해야 한다. 그리고 시간을 갖고 천천히 제안의 배경과 이유에 대해 살핀다. 필요하다면 주변에 도움과 자문을 요청해 본다. 그리고 나의 생각을 정리하여 말보다는 글로써 상대에게 거절의 사유를 통보한다.

1. 이야기를 경청한다
적을 알아야 패하지 않을 수 있다. 최대한 상세하게 듣고 기억해야 한다. 당장에 하고 싶은 말이 떠오르더라도 상대의 이야기를 충분히 들어보아야 한다. 단칼에 거절할 수 있는 용기를 갖고 상대의 제안을 끝까지 듣지도 않고 뿌리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이 글을 읽을 필요가 없다. 어설프게 내가 가진 빈약한 논리로 상대에게 거절 의사를 밝혔다가는 무참히 밟힐 수 있다. 상대는 몇 가지 거절 논리에 대한 대응책도 미리 생각해오기 때문이다.
2. 제안의 진짜 배경에 대해 곰곰이 생각한다
가장 어려운 부분이다. 제안을 다 듣고 나서는 진짜 이유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 표면적인 이유와 설득의 논리와는 다르게 제안의 진짜 배경은 대부분 숨어있다. 당신의 능력을 치켜세우며 적임자라고 이야기하지만 사실 아무도 맡을 사람이 없기 때문일 수 있다. 또는 부탁하는 자의 이득이 숨어있을 수 있다.
이럴 때 요구되는 능력은 공감력과 상상력이다. 나 자신의 관점이 아닌 타인의 시선에서, 타인의 감정에 이입하여 상황을 분석할 줄 알아야 한다. 나라면 어땠을까도 중요하지만, 평소 상대방의 관심과 성향을 제대로 알고 있어야 '아 이런 상황과 니즈 때문에 나에게 부탁하는 것이구나'를 깨달을 수 있다. 밑그림이 어떻게 그려져 있는지 상상해 보는 것도 필요하다.
3. 제안에 대해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한다
상대가 나에게 제안을 한다는 것은 어느 정도 시나리오를 짜두었다는 뜻이다. 고수들은 스스로 짜놓은 판에서 싸움을 한다. 애초에 질 싸움은 걸어오지 않는다. 당연히 미리 판을 짜온 사람과 싸워서 이기는 방법은 없다. 그러므로 걸어온 싸움에 즉석으로 응하지 않는 용기가 필요하다. 제안을 충분히 듣고 이해한 뒤, 정중하게 생각할 시간을 달라고 요청해야 한다.
4. 다른 이해관계자에게 의견을 구한다
혼자서는 아무 해결책도 떠오르지 않을 수 있다. 상대와 비슷한 다른 사람들 찾거나, 반대 편의 입장에 있는 사람을 찾아서 조언을 구하는 것도 방법이다. 미처 알지 못했던 배경에 대해 알게 되는 경우도 있고, 나의 고민을 들어주고 해결책을 찾아주는 경우도 있다. 물론 조심해야 한다. 제안을 여기저기 발설하다가는 언젠가 최초 제안자의 귀에 들어가기 마련이다. 정보의 벽을 확실히 구분하고 조심스럽게 접근해보도록 하자.
5. 글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 본다
대략 1~4의 과정을 거치고 나면, 거절할 용기가 생길 것이다. 그렇다고 당장 달려가 이러이러하니 못하겠습니다라고 하면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확신에 차서 했던 말이라도, 글로 다시 정리해보면 구멍들이 보이기 마련이다. 설득의 과정도 마찬가지다. 제안도 설득이고 거절도 설득이다. 앞서 제안자의 이야기를 글로 펼쳐서 꼼꼼하게 살펴보면 논리의 허점이나 약점이 보일 수 있다. 반대로 내가 말로써 거절을 한 부분도 다시 곱씹어보면 오류가 생기게 마련이다.
그렇기에 머릿속에 정리된 거절 사유를 글로 정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계속 다듬어라. 그리고 가능하다면 상대에게도 글을 통해 거절 사유를 밝히는 게 좋다. 물론 이때에도 속마음 전부를 글로 남기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 글이라는 것은 한 번 발행되고 나면 회수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상대가 악의를 갖고, 또는 실수로 이해관계가 없는 자에게까지 나의 글이 전달될 수 있다. 그런 것까지 고려해 최대한 담백하게 논리적으로 거절 사유를 적는 것이 좋다. 글로 남기기 부담스러운 거절 사유에 대해서는 '필요할 경우 대면하여 추가로 얘기하겠다'라고 여지를 두는 것도 방법이다.
이상으로 어렵고 이상하고 불편한 제안 받고선 급하게 거절하는 글쓰다가 든 생각/주장이다. 아니면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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