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지도 못하는 처음 보는 사람이지만, 생김새가 비슷하고 같은 민족이라는 이유로 사람들은 동질감을 느낀다.
반대로 생김새가 다른 사람에게는 이질감을 느끼고, 국가대표직을 내려놓고 다른 나라의 국적을 취득(귀화)한 사람에게는 전폭적으로 비난을 퍼붓는다. 민족을 배신한 자라는 것이다.
상상된 공동체《Imagined Community》의 저자 베네딕트 앤더슨은 민족주의의 보급과 전파에 대해 고찰하면서, 근대 자본주의 발전 과정에서 생겨난 문화적, 역사적 부산물일 뿐이라는 주장을 내놓는다.
유발 하라리가 말하는 호모 사피언스는 타고난 이야기꾼으로서 상상력을 발휘하여 공동체를 구축해 나갔고, 이는 우리 호모 사피언스가 개별 개체들로서는 아주 빈약한 신체능력을 갖고 있음에도 지구상 최상위 포식자가 되게끔 하였다. 거기에 근대 자본주의가 끼얹어지면서 민족주의라는 세분화된 공동체가 뿌리내렸고, 지금의 분열과 희생의 원동력이 되었다.
소설 《파친코》를 읽으면서, 선자와 그의 가족들의 정체성에 대한 의구심과 상상된 개념을 벗어나지 못하는 노인들에 대한안쓰러움이 계속해서 피어났다. 한국인의 피를 가지고 일본에서 생활하며 갖은 핍박을 당한다. 다음 세대에 태어난 아이들은 일본에서 자라고 일본어를 배우지만 일본인들에게 여전히 철저하게 배제당하는 삶을 산다. 아이들은 일본인과 결혼하고 조금씩 정착하는 삶을 보여주기도 한다. 하지만 조선인이라는 한계는 여전히 존재한다. 노아는 가족을 떠나 신분을 숨기고 순수 일본인으로서 마침내 성공하지만, 종국에는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한계(핏줄에 대한 의식)로 비극을 맞는다.
선자의 손주 솔로몬은 조선인과 일본인의 피가 섞였다. 솔로몬의 민족은 어디에 있는가. 솔로몬에게도 불평등과 착취가 만연해 있는 수평적 동포애를 강요할 수 있는가. 민족의 한(恨)이라는 감정은 어느 주체가 사람들에게 강요하는 것인지 궁금하다.
상상된 공동체에 대한 내용은 아래 글을 참조하였다.
https://brunch.co.kr/@sunwriter/186#comment
[서평] 상상된 공동체 / 베네딕트 앤더슨
- 빅토르 안의 귀화를 비난하는 사람들에게 |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 당시 대한민국에서 화제가 되었던 인물이 있었다. 바로, 쇼트트랙 선수 ‘안현수’다. 2011년, 빙상연맹과의 파벌 논란 이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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