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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독서

민족의 정의 - 파친코와 상상된 공동체

 
파친코 2
한 세기에 걸친 재일조선인 가족의 이야기를 그린 세계적 베스트셀러, 이민진 작가의 장편소설 《파친코》가 새롭게 출간되었다. 《파친코》는 재미교포 1.5세대인 이민진 작가가 30년에 달하는 세월에 걸쳐 집필한 대하소설로, 2017년 출간되어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현재까지 전 세계 33개국에 번역 수출되었으며, BBC, 아마존 등 75개 이상의 주요 매체의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었을 뿐 아니라 전미도서상 최종 후보에 이름을 올리며 평단과 대중을 모두 사로잡은 작품이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회복과 연민에 대한 강력한 이야기”라는 찬사를 받으며 주목을 받았다. 지난 4월 판권 계약이 종료되며 절판되었던 《파친코》는 새로운 번역과 디자인으로 한국 독자에게 돌아왔다. 첫 문장(“역사는 우리를 저버렸지만, 그래도 상관없다”)에서부터 원문의 의미를 보다 충실하게 전달하고자 했으며, 작품 특유의 속도감 있는 문체를 살리고자 노력했다. 또한 작가가 처음 의도한 구조와 흐름을 살리기 위해 총 세 파트(1부 ‘고향’, 2부 ‘모국’, 3부 ‘파친코’)로 된 원서의 구성을 그대로 따랐다. 새 출간을 기념해 ‘한국 독자들에게’ 보내는 글에는 한국인 이야기를 계속해서 쓰는 이유를 밝혔다. 작가는 “우리가 매력적이기 때문”이라며, “한국인은 지적으로나, 감성적으로나 깊이 있는 이야기의 주인공이 될 가치가 있는 이들”이기에 앞으로도 한국의 이야기를 젊은 세대들에게 들려주고 싶다며 한국 독자들에게 각별한 애정을 표했다.
저자
이민진
출판
인플루엔셜
출판일
2022.08.25

 

알지도 못하는 처음 보는 사람이지만, 생김새가 비슷하고 같은 민족이라는 이유로 사람들은 동질감을 느낀다. 

반대로 생김새가 다른 사람에게는 이질감을 느끼고, 국가대표직을 내려놓고 다른 나라의 국적을 취득(귀화)한 사람에게는 전폭적으로 비난을 퍼붓는다. 민족을 배신한 자라는 것이다. 

 

상상된 공동체《Imagined Community》의 저자 베네딕트 앤더슨은 민족주의의 보급과 전파에 대해 고찰하면서, 근대 자본주의 발전 과정에서 생겨난 문화적, 역사적 부산물일 뿐이라는 주장을 내놓는다.

 

유발 하라리가 말하는 호모 사피언스는 타고난 이야기꾼으로서 상상력을 발휘하여 공동체를 구축해 나갔고, 이는 우리 호모 사피언스가 개별 개체들로서는 아주 빈약한 신체능력을 갖고 있음에도 지구상 최상위 포식자가 되게끔 하였다. 거기에 근대 자본주의가 끼얹어지면서 민족주의라는 세분화된 공동체가 뿌리내렸고, 지금의 분열과 희생의 원동력이 되었다.

 

파친코2, 교보문고 e-book

 

소설 《파친코》를 읽으면서, 선자와 그의 가족들의 정체성에 대한 의구심과 상상된 개념을 벗어나지 못하는 노인들에 대한안쓰러움이 계속해서 피어났다. 한국인의 피를 가지고 일본에서 생활하며 갖은 핍박을 당한다. 다음 세대에 태어난 아이들은 일본에서 자라고 일본어를 배우지만 일본인들에게 여전히 철저하게 배제당하는 삶을 산다. 아이들은 일본인과 결혼하고 조금씩 정착하는 삶을 보여주기도 한다. 하지만 조선인이라는 한계는 여전히 존재한다. 노아는 가족을 떠나 신분을 숨기고 순수 일본인으로서 마침내 성공하지만, 종국에는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한계(핏줄에 대한 의식)로 비극을 맞는다. 

 

선자의 손주 솔로몬은 조선인과 일본인의 피가 섞였다. 솔로몬의 민족은 어디에 있는가. 솔로몬에게도 불평등과 착취가 만연해 있는 수평적 동포애를 강요할 수 있는가. 민족의 한(恨)이라는 감정은 어느 주체가 사람들에게 강요하는 것인지 궁금하다. 


상상된 공동체에 대한 내용은 아래 글을 참조하였다.

 

https://brunch.co.kr/@sunwriter/186#comment

 

[서평] 상상된 공동체 / 베네딕트 앤더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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