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독서

죽은 자의 집 청소 - 고독사

세로토닌파크 2023. 2. 25. 21:17

대학에서 시(詩)를 전공한 작가여서인지, 

사연이 있는 집을 청소하는 직업 때문인지, 

글에서 느껴지는 무게가 있다.

 

그렇다고 마냥 어둡지 않다. 

글을 맛깔나게 잘 써서 부럽다. 

 

직업을 선택한 계기는 모르겠지만,

사명감을 갖고 하는 것은 분명하다. 

시간당 단가가 다른 직업보다 높을 수도 있겠지만, 

강도 높은 노동으로 강한 체력을 요하는 데다

본인이 직접 현장에 투입하는 걸 보면 

단순한 돈벌이는 아니다. 

 

글을 읽으며, 

"와, 이 사람 사업은 전망이 밝구나"

"앞으로 고독사가 늘면 바쁘겠네. 경쟁사도 생길 테고"

라고 느끼는 나는. 

 

어쩌면 나도 이 책을 읽기 전에는

특수청소부라는 직업에 대해 편견이 없을 수 있었을까.

먹고살기가 힘들어서 이런 일을 하시나

배운 게 없으면 고된 일을 할 수밖에 없겠지

생각했을 것이다.

 

작가는 그러나 많이 배운 사람이었고

경험한 사례들을 에피소드로 재미있게 풀어낼 능력도 있었다.

평소에 글을 잘 모아두고, 생각을 정돈하는 능력. 

여느 직업을 막론하고 가장 중요한 일이 아닐까 싶다.

 

http://www.yes24.com/Product/Goods/90367653

 

죽은 자의 집 청소 - YES24

“누군가 홀로 죽으면 나의 일이 시작된다”죽음 언저리에서 행하는 특별한 서비스에 대하여수많은 언론이 집중 조명한 어느 특수청소부의 에세이누군가 홀로 죽은 집, 쓰레기가 산처럼 쌓인

www.yes24.com

 

작가가 유퀴즈에 인터뷰한 게 있다고 하여 찾아보았다. 

아무래도 책에서의 정제된 내용보다는, 

여러 고충과 자극적인 사연들도 섞여 있다. 

그런데도 작가는 슬로모션 영상인가 착각이 들 정도로

침착하고 천천히, 또박또박 말을 이어간다. 

생각과 감정이 차분하게 잘 정돈된 사람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pu9nTZOCDZU 

유퀴즈, 특수청소부의 일

 

생각보다 젊은 나이와 순박한 얼굴이다. 

커다란 눈망울은 보통 겁쟁이의 상징인데,

이런 일을 할 정도의 담력을 가진 자가 맞나 싶다.

 

에피소드를 듣자니,

직업의 귀천이 없다는 얘기는 

편견과 불편한 내색에 직접 맞닥뜨리는 저자에게

무의미해 보였다. 

직업을 구급차 운전수라고 소개할 때도 있단다.

 

책도 영상도 널리 알려져서 

우리 사회의 고독사 문제에 대해서도 

많은 이들이 생각을 갖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