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리뷰

크리에이터 - 훌륭한 전반전

세로토닌파크 2023. 10. 20. 09:02

현재보다 과거 시점으로 추정되는 영상 속 로봇들의 모습을 보여주며, 이는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가 아니라 과거 특정 시점에 갈라진, 즉 또 다른 세계관을 설정하였음을 암시해 준다.

크리에이터 - 스틸컷


AI가 발달하고 인류의 모습으로 진화하면서 공생하는 세계. 그러다 발생한 사고로 AI를 숙청하려는 무리와 AI를 지키려는 집단 간의 갈등. 초반의 서사는 매우 훌륭하고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미국과 뉴아시아의 대립 설정은 미국의 베트남전을 연상케 했고, 우리의 현실과 영화 속 세계관도 유사한 결론이라는 게 신선하다.

아주 괜찮은 전반전이었다.



개인적으로 예전에는 몰랐지만 요즘은 거부감이 드는 신파가 영화 결말에 상당한 부분을 차지하면서, 영화 후반부에서는 몰입감이 사라져 버렸다. 디테일한 사건들의 개연성도 떨어져서 연출력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보통 인상 깊은 영화를 보고 나면 한동안 영화 속 세계관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경우가 있는데, 크리에이터는 꽤나 그럴싸한 SF였음에도 그렇지 못했다.

크리에이터 - 스틸컷


가장 큰 이유는 아마도 알피라는 아이의 존재에 대한 의구심 때문이었을 것이다. 창조주가 만든 인류를 위협하는 무기가 어린 아이라니. 챕터가 끝날 때마다 연출자는 친절하게도 소제목들을 달아주었는데, 역시 몰입에 방해가 되었다.

드라마는 시간이 많이 투입되어서 싫고, 영화는 제한된 러닝타임으로 인한 개연성 부족한 전개가 싫으니 모두 내 잘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