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독서

[미치지 않고서야] 인내심은 그 다음이다

세로토닌파크 2022. 12. 21. 18:20

 

책을 읽다가 평소 알고 있던 교훈과 배치되는 문장 "생각하기 전에 타석에 올라라"는 조언이 있어서 생각을 정리해 본다. 

 

방망이를 함부로 휘두르지 마라 

 

워런 버핏이 1994년 서던캘리포니아대학 졸업식 축사에서 했던 유명한 말이 있다.  

 

"저는 여러분에게 20개의 슬롯이 있는 티켓을 줌으로써 여러분들의 궁극적인 재정 상태를 향상시킬 수 있습니다. 20개의 슬롯은 여러분이 평생 동안 가질 수 있는 투자기회를 뜻합니다. 20개의 슬롯을 다 뚫고 나면 여러분은 더 이상 투자할 수 없습니다."

"이런 규칙 하에서 여러분은 자신이 한 일에 대해서 정말 신중하게 생각할 것이고 정말 신중하게 고려한 투자 기회에 크게 투자할 것입니다. 그리고 여러분은 훨씬 잘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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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가진 뛰어난 능력 범위(circle of competence)를 정확히 인지하고, 그 범위 안에서만 크게 베팅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의미다. 투자는 야구와 다르게 삼진아웃이 없기 때문에, 입맛에 맞는 공(투자처)이 올 때까지 무한정 기다릴 수 있는 장점이 있고, 그의 말에 따르면 투자자의 이러한 인내력이 투자 성공의 핵심 자질로 꼽힌다. 

 

능력 범위를 어떻게 정의하고, 능력 범위를 인지한다는 건 무슨 의미일까. 먼저 능력 범위라 함은 본인이 가진 능하고 익숙한 분야의 범위를 뜻한다. 그리고 본인의 능력 범위를 안다는 것은 본인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줄 아는 '메타인지' 능력이 있다는 말과도 같다. 

 

'타격의 과학' 표지사진. 3할이 넘는 면적이 무려 74%

 

테드 윌리엄스에게 타격 시 능력 범위를 정의해 본다면, 붉은색 점선 테두리로 둘러싸인 영역 정도가 될 것이다. 테드 윌리엄스는 스트라이크 존을 위와 같이 77개로 나눈 뒤 오직 한가운데로 들어오는 공만 노렸다고 했다. 즉, 본인의 능력 범위를 잘 정의했고 인내심도 갖추어 실천한 결과 전설의 기록을 남길 수 있었다. 공이 아무리 한가운데로 들어온다 한들 타율을 10할이나 9할이 아닌 4할로 정의한 부분에 대해서도 존경할만하다(메타인지). 

 

워런 버핏이 내세운 주장의 핵심은 "능력 범위의 인지"와 "인내심"이었다. 전설의 타자조차도 공이 스트라이크존 가장자리에 들어오면 타율은 형편없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그럼 "인지"와 "인내심"만 갖추면 해결이 될까.

 

타석에 올라 최대한 많이 휘둘러라 

 

스트라이크존의 또 다른 핵심은 수치들의 분포와 절댓값이라 생각한다. 공이 아무리 한가운데로 들어오더라도 아무나 4할 이상의 타율을 기록할 수 있을까. 좌우측으로 약간 빗겨 나도 3할 후반이 넘고, 3할을 넘길 수 있는 면적은 74%(57/77)나 된다. 일반적인 야구 선수들에 비해 타격 능력 자체가 절대적으로 높은 수준이라 할 수 있다. 

 

일정 수준의 실력이 쌓인 뒤로는 "인내심"이 중요할 수 있지만, 그전까지는 절대적인 실력을 쌓는 것이 훨씬 중요한 전제 조건이 된다. 타격 가능 범위가 조금이라도 넓어야 방망이를 휘두를 기회가 많아지지 않겠는가. 그런 의미에서 버핏이 주장한 "함부로 휘두르지 마라"와는 반대로 실전에 앞서 "최대한 많이 휘둘러보라"는 조언도 필요하다. 

 

실전 투자에서는 투자 자금이라는 한정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해야 하기에 "인내심"이 필요하다는 말은 부정할 여지가 없다. 하지만 투자뿐만 아니라 인생 전반에 있어 능력과 능력 범위를 키우기 위해서는 새로운 시도와 연습, 훈련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기 마련이다. 일본의 유명한 편집자 미노와 고스케는 책에서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고 변화를 즐기는 인간에 대해 강조한다. 조금 다른 해석이 있을 수 있지만, '능력 범위'의 확장 방법과 연계하여 생각해 볼 수 있다. 

 

압도적으로 많이 움직여라. 
전술이나 전략은 그 후에 논해도 좋다. 
생각하기 전에 타석에 올라라. 
부끄러움 없이 무대에 올라라. 
이야기는 그 후에 떠들어도 좋다

- 미노와 고스케, 「미치지 않고서야」 21세기북스

 

위 전략은 누가 보더라도 타율 떨어지는 것들이다. 생각 없이 준비 없이 도전하기. 

그러나 그렇게 해야만 능력 범위가 확장되고 결과적으로 타율이 올라가게 되어있다. 

 

한국어판 속지. 일단 해 보자!

 

책을 절반정도 읽었는데, 작가가 미친 것 같긴 하다. 미쳤다기보단 독특하다. 

작가는 일반적인 상식과는 다르게 행동하며, 본인을 때로는 궁지에 몰아넣으면서 문제 해결 능력을 키워나가는 과정에 대해 재치 있게 써 내려간다. 좌충우돌 성장기 시트콤을 보는 듯하다. 

타고난 기질과 성향도 있기에 작가가 조언하는 전략이나 행동들을 모두가 그대로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일의 미래에 대한 많은 고민과 통찰은 새겨들을 만하다. 그리고 투자에 있어 워런 버핏의 조언에도 살을 붙일 수 있겠다. 

 

자신의 능력 범위를 알기 위해, 그리고 키우기 위해서
평소에 수많은 연습 타석에 올라 수없이 휘두르는 과정이 필요하다.
인내심은 그다음이다. 

 

 
미치지 않고서야
모두가 출판 불황을 말할 때 ‘1년에 100만 부’를 팔아치운 천재 편집자가 있다. 손대는 책마다 베스트셀러를 연발시킨 일본 겐토샤의 편집자, 미노와 고스케다. 그는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미치지 않고서야』로 ‘아마존 재팬 종합 1위, 누계 판매 부수 12만 권’을 달성하며, ‘지금 일본에서 가장 핫한 편집자’, ‘시대를 앞서는 히트 제조기’라 불리고 있다. 회사 안에서 빼어난 실적을 올리고 회사 밖에서 본업의 20배가 넘는 수익을 내기까지, 그가 온몸으로 부딪히며 경험한 새로운 시대, 일하기 혁명이 이 책에 고스란히 담겼다. 미노와 고스케는 상식을 뒤엎는다. 자신만의 원리를 세우고 바보처럼 문제에 뛰어든다. 그 결과, 그가 운영하는 온라인 살롱에는 1,300명이 넘는 젊은이들이 그를 위해 일하고 있다. ‘괴짜 VS 천재’, ‘관종 VS 혁명가’ 등 칭찬과 질타 사이를 오가는 그는 오늘도 자신이 원하는 책을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죽지 않으면 찰과상일 뿐’이라는 마음으로 마음껏 도전하고 실패하라”는 그의 메시지는 급변하는 세계 속에서 자신만의 항해를 이어가는 젊은이들에게 꿈과 용기를 불어넣어 준다.
저자
미노와 고스케
출판
21세기북스
출판일
2019.06.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