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일기

정리 정돈

세로토닌파크 2023. 6. 17. 18:09


4년여 만에 출국장에 갔다. 가는 길이 멀고도 반듯하다. 인천공항은 확장 공사 중이었고, 가는 길에도 큰 벌판에서 정지 작업이 한창이라 사막을 연상케 했다.

1 터미널과 2 터미널로 구분된 공항은 한산했다. 요즘 해외 나간다고 공항이 붐비고 난리가 아니라던데, 1 터미널을 얘기하는 것인가 보다. 들뜬 마음으로 출국을 한다. 아이도 4년 전보다 훌쩍 커서인지, 손이 덜 가고 편하다.


일본은 낡았지만 깨끗하다. 재미라고는 찾아보기 힘든 질서 정연함이 있다. 너무 정돈되어 재밌을 정도다. 물론 내가 그런 곳만 찾아다니기 때문일 수 있다. 그러나 공항에서 시내 숙소로 이동하는 도로밖 풍경만 보더라도, 확실히 다른 나라와는 정돈의 정도가 다르다. 네모난 창고들, 반듯하게 주차된 차량과 자전거들, 하나같이 깨끗한 건물 외관과 절제된 간판들. 아, 심지어 공항에 짐 찾을 때, 아직도 공항 직원이 일일이 오와 열을 맞추어 캐리어를 정리해서 내보내준다.

문득 일본의 자살률을 생각해 본다. 재미없는 일상, 통제된 듯한 풍경.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마땅한 환경이 조성되지 않은 부분도 하나의 원인이지 않을까. 그래서 극단적으로 정리 정돈된 모습과는 반대의 문화도 발달한 게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