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리뷰

업(業)의 본질

세로토닌파크 2023. 5. 18. 09:00
영화 평론의 본질


독서가로 잘 알려진 평론가 이동진이 유튜브에서 구독자의 질문에 이런 답변을 했다.

Q. 영화와 책 중에 교양을 쌓기에 더 좋은 것은 무엇일까요? 책을 읽는 것이 여전히 현대사회 교양을 쌓는 데 여전히 유효한 방법일까요.

영화도 당연히 교양의 일부입니다. 중요한.
영화는 말하자면 술과 같습니다.
책은 물이고요.

책은 좋은 의미로 우리를 차갑게 만들어주고,
술은 좋은 의미로 우리를 뜨겁게 만들어줍니다.
이성은 차가운 것입니다. 이성의 속성은 기본적으로 물에 가깝습니다.

교양에 관한 한, 영화는 영원히 책을 이길 수 없습니다.

-> 그렇다. 영화 평론의 본질은 영화를 감상하는 것이 아니라, 많은 독서량과 생각, 글쓰기에서 나온다. 이동진의 아이덴티티는 핵심을 찌르는 비유(메타포와 메토니미)에서 나온다. 책은 물이다. 너무 멋진 비유지 않은가.

치킨호프의 본질


얼마 전 아파트 단지 상가 내에 있는 호프집을 가게 되었다. 겉으로는 조용하고 낡은 상가였는데, 안에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주점이니 으레 술과 안주가 맛있어서 장사가 잘 되는 게 아닐까 생각했다.

https://m.blog.naver.com/thddkfma5965/222030652966


그런데 안주 맛이야 얼마나 큰 차이가 있겠는가. 치킨인데.
가만히 들여다보니, 낮은 천장에 은은한 조명을 적당히 배치해 둔 것이 눈에 들어왔다.

내가 생각하기에 이 가게의 본질은 낮은 천장과 적절한 조명이었다.
젊은 사람들이 좁은 공간에 붙어 앉아 술을 마시는데, 바로 위 조명이 상대를 부드럽게 비추고 있다. 술 취해서 이미 예쁘고 멋져 보일 텐데, 조명빨까지 받는 것이다.



이렇듯 영화 평론의 본질은 독서이고, 치킨집의 본질은 조명이다. 결과물의 이면에는 다양한 요소가 존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