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일기

반려동물은 무슨 마음으로

세로토닌파크 2023. 4. 29. 13:40

작은 생명도 소중히 하랬거늘
 
아이가 학교에서 소라게 한 마리를 받아왔다. 
생명과학 시간에 나누어 주었다고. 
순간 내가 관리해야 함을 깨닫는다.
 
야행성이어서 그런지, 밤에 불을 끄면 플라스틱 통에서 달그락달그락 소리가 들린다.
굴에 들어가 나오지 않더니만 살아는 있네.
다행이다 싶으면서 걱정이다.

소라게 유튜브와 설명서를 찾아본다.
온도조절이 생명이란다. 추우면 겨울잠을 자거나 폐사할 거라고.
나 혼자 계속 신경이 쓰인다.
아이의 교육을 위해서는 내가 직접 나서기보다 도움을 주어야 할 텐데, 아이는 딱히 관심이 없다.

온도 조절이 가능한 설비는 10만 원이 훌쩍 넘는다.
소라게 한 마리 키운다고 이걸 다 살 수도 없는 노릇이고.
아이가 관심이라도 보이면 고민해 보겠으나 그냥 적당히 넓은 통과 아스펜 베딩, 젤리 등 최소한의 투자를 한다.

그 뒤로도 소라게는 별다른 활동도 없고 먹이도 먹지 않는다. 밤에 달그락 소리도 더 이상 들리지 않는다.
결국 오래가지 않아 폐사할 것이다.
그 기간까지 나만 고통받을 것이다.

잘 알려주고 싶다.
관심 갖게 하고 싶다.
생명의 소중함과 책임감을 가르치고 싶다.

세상의 모든 반려 동물에 대해 생각한다.
고작 소라게에 이렇게 신경이 쓰이는데
사람들은 무슨 마음으로 동물을 입양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