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리뷰
브랜드 가치 - 엠블럼 하나에도 헤리티지가
세로토닌파크
2023. 4. 15. 07:50

뱀이 사람을 먹는 모양은 원래 밀라노를 통치한 비스콘티가(家) 문장이고, 15세기에는 밀라노시의 심벌마크이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예전 알파 로메오 앰블럼에는 [MILANO]라는 문자가 들어간 적도 있었습니다.
뱀은 십자군으로 싸운 비스콘티 가문을 표현했고, 뱀이 삼킨 사람은 사라센인으로 당시 유럽을 공격해온 이슬람 교도들입니다.
역사, 귀족의 브랜드, 도시국가였던 밀라노에 대한 향토애, ‘적을 물리치고 영토를 지켰다’는 자부심까지 그 모든 것을 엠블럼 하나로 말하고 있는 겁니다.
출처: 야마구치 슈, 감성과 지성으로 일한다는 것
스토리가 있다는 것. 서양 브랜드에 대한 막연한 동경이 이런 데서 나오는 것은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조금 더 찾아보니, 비스콘티 가문은 15세기에 대(代)가 끊겼으나 모계 혈통을 이어 받은 후손들이 프랑스의 발루아왕가, 오스트리아-에스파냐의 합스부르크 왕가, 영국의 튜더 왕가로 계승되었다고 하니 말 그대로 명문 가였다.
현대차는 H에 둥그런 테두리를 씌웠고, 렉서스는 L이다.
아무런 헤리티지가 없는 로고다.
물론 품질로 승부한 덕에 글로벌 우량 기업으로 승승장구하고 있다. 모든 기업이 명품 브랜드화 될 필요도 없고, 합리적인 가격과 품질의 제품을 대량 생산하는 것이 인류 보편적 가치 증진에 훨씬 큰 기여를 하는 것은 자명하다.
하지만 지금이라도 현대차는 정주영 창업가의 정신이나, 기업 히스토리를 널리 알릴 수 있는 브랜드 마케팅에 힘을 쏟으면 어떨까 싶다.

문명을 판매하는 기업이 아닌 문화를 판매하는 기업으로 나아갔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