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이게 대체 무슨 내용이야 -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밤낮없이 바쁠 때가 있다.
야근의 양에 비례하여 타임킬링을 하다 보면,
그만큼 잠이 부족해지고 다음날 악순환이 찾아온다.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서는 몸을 움직이거나, 숙면을 취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맥주캔을 따고 소파에 앉아 TV를 켠다.
당연히 해소될 리 없다.
그래도 그냥 자면 억울해서 못 참을 때까지 본다.
어제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을 보았다.
치히로의 부모님이 돼지가 된 장면 이후로 내 기억이 행방불명되었기 때문에, 새 영화 보듯 재밌게 볼 수 있었다.
- 평점
- 9.2 (2002.06.27 개봉)
- 감독
- 미야자키 하야오
- 출연
- 히이라기 루미, 이리노 미유, 나츠키 마리, 나이토 타카시, 사와구치 야스코, 가미조 츠네히코, 오노 타케히코, 가슈인 타츠야, 하야시 코바, 카미키 류노스케, 타마이 유미, 오오이즈미 요, 스가와라 분타
사람의 손으로 그린 애니메이션의 질감이 너무 좋다.
이 영화는 특히 물의 묘사가 뛰어났다.
너무 아름답고 슬프다. 슬프다기보다 애잔하다.
이런 감상들을 하며 중간중간 스토리의 궁금한 것들을 머릿속에 꾸역꾸역 집어넣는데…
영화가 갑자기 끝났다.
원래 메타포가 많은 영화를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편이긴 하다.
그런데 이 영화는 좀 심했다.
다행히 부모님을 잘 만났구나 싶었는데, 그동안 나온 떡밥이 단 하나도 회수되지 않고 막을 내리다니.
사람들이 왜 좋아하는지, 감독은 무슨 말을 하고 싶었던 것인지 리뷰들을 찾아보았다.
딱 깔끔하게 정리된 내용을 찾지 못했다.
다양한 해석이 있었고, 20년이 넘은 영화인데도 지금까지 평론은 업데이트되고 있는 느낌이었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작품에 정답이 있거나, 닫힌 결말이 중요한가 싶다.
간접 경험과 다양한 생각. 인생을 풍요롭게 하는 도구들이다.
왜 제목이 '센'과 '치히로'인지, 도대체 다른 사람들은 이걸 보면서 어떤 감상을 했는지.
어릴 때 느꼈던 것과 지금 중년의 나이에 바라보는 시선의 차이는 무엇이 있는가.
지금 내가 치히로를 바라보는 감정.
내 아이도 이렇게 단단하게 키우고 싶다.
아이가 부모 곁을 떠나 있는 시간에 비례하여 단단해질 듯한데, 그럴 자신이 없다.
한없이 품에 안고 싶다.

얼마 전에 연극으로도 나왔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