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독서

부모로서 당신이 하는 결정은 의외로 덜 중요하다

세로토닌파크 2023. 3. 2. 09:22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366/0000881482?sid=102 

 

‘합계출산율 0.78명 쇼크’, 국회는 저출산→저출생 변경 논의…알고보면 다른 뜻

양금희 “저출산 책임 여성에게 있는 것으로 오인” 박광온 “저출산은 가임여성 또는 산모 중심 용어” 강민정 “중립적 언어인 ‘저출생’으로 개정 필요” 복지부 “출생률은 고령화와 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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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계출산율 0.78명 쇼크라는 기사를 보면서 양육의 어려움에 대한 생각을 정리해 본다. 

출산율의 저조에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아이의 장래에 대한 걱정도 한몫을 할 것이다.

쌀농사로 이웃 간 비교하는 문화급격한 경제 성장과 맞물리면서 계층 사다리 올라타기에 혈안이 된 부모.

그것이 현재에 와서는, 고령화 및 인구 감소에 따른 저성장으로 불투명한 미래로 지금의 세대보다 점점 살기가 팍팍해질 것이라는 걱정이 되어버렸다.

낳아서 키울 거면 확실한 준비와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식. 

 

대한민국의 장래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한다면 어쩔 수 없지만, 인류가 그래왔듯이 미래는 점점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을 갖고 있다는 전제 하자.

이 경우, 아이의 미래에 대해 의외로 부모가 해줄 수 있는 역할이 적다면 양육에 대한 부담을 내려놓아도 좋지 않을까.

 

「모두 거짓말을 한다」의 저자 세스 다비도위츠가 새로 낸 책 「데이터는 어떻게 인생의 무기가 되는가」에서 양육에 대한 조금은 마음 편해지는 주장을 발견했다.

 

 
데이터는 어떻게 인생의 무기가 되는가
“‘머니볼’의 인생판 같은 책. 게다가 엄청 재미있기까지 합니다. … 답은 이 책 안에 있습니다. 무수히 쌓이는 인류의 데이터로부터 ‘데이터 중심 인생 해법’을 찾고 싶은 모든 분에게 일독을 권합니다” _《그냥 하지 말라》 저자, 마인드 마이너 송길영 “당신은 더 나은 결정을 할 수 있다” 이 책은 우리가 삶의 주요 결정을 내리는 방식을 바꿀 것이다 중요하고 큰 결정은 늘 어렵다. 우리는 친구나 가족과 의논하고, 온라인에서 ‘전문가’의 헷갈리는 조언들을 찾아보고, 지침을 얻고자 자기계발서를 읽어본다. 그러다가 결국에는 그냥 ‘적절하다고 느껴지는’ 쪽을 선택한다. 데이트는 어떤 식으로 하며, 누구와 결혼하는가, 어디에 살 것인가, 무엇이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가와 같이 인생의 중대한 결정과 선택을 순전히 직감에 따라 하고 마는 것이다. 전설적인 행동과학자들이 발견한 바에 따르면, 감정과 직감은 우리를 잘못될 길로 인도할 때가 많다. 아모스 트버스키와 대니얼 카너먼의 주장대로라면 우리의 마음은 편견으로 가득하며, 직감은 믿을 만한 안내인이 못 된다. 또 우리는 지나치게 낙관적일 때가 많다. 쉽게 기억된 이야기들의 중요도를 과대평가하고, 자기가 믿고 싶은 것과 일치하는 정보에 매달린다. 예측 불가능했던 사건들을 우리가 설명할 수 있다고 잘못된 결론을 내린다. 직감의 오류를 나열하자면 끝도 없다. (그래서 이 책의 원제는 Don’t Trust Your Gut, ‘네 직감을 믿지 말라’다.) 이제, 새로운 대안이 있다.
저자
세스 스티븐스 다비도위츠
출판
더퀘스트
출판일
2022.10.05

 


 

오랜만에 들어보는 홀트아동복지회

 

새서도트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한 아이가 양육되는 환경의 질이 1 표준편차만큼 향상되면 그 아이의 장래 소득은 약 26퍼센트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것은 유의미한 차이지만 사회경제적 사다리를 아주 많이 올라가는 것은 아니다. 
게다가 새서도트는 한 아이의 장래 소득에 본성이 끼치는 영향이 양육의 영향보다 2.5배 정도 크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흥미롭게도 본성과 환경에 대한 영향을 구분하는 방법으로 1950년 대에 있었던 국내 고아들을 대거 입양해 간 미국의 홀트 국제아동복지회의 사례를 참고했다. 이러한 특수 환경이 아니라면, 실험을 위한 비교군과 대조군을 설정하기가 상당히 어렵기 때문이란다.

결론은 아이의 장래 소득은 양육 환경보다는 본성에 좌우되는 경향이 크다는 것. 

국가를 막론하고 사회경제적 사다리를 타고 오르기 위해 부모들은 갖은 노력을 쏟는다. 

당연히 좋은 환경에서 자란 아이가 성인이 되어 성공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은 사실이나, 생각만큼 효과가 크지 않다는 것이다. 

부모로서 책임감은 필요하지만, 생각만큼 부담을 갖거나 스트레스를 받을 필요가 없다. 

 

그런데 사는 동네는 중요하다

 

동네가 중요하다는 주장도 흥미롭다.

 

체티 연구진은 부모에게 아무 변화가 없는 상태에서 성장기에 있는 아이들이 다른 동네로 이사하는 경우 어떻게 자라는지를 연구했다. 가장 좋은 동네로 이사할 때 그 아이의 소득이 일정 부분 증가한다는 것을 발견했고, 이때 소득이 증가하는 비율은 새서도트가 발견한 부모의 영향 전체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만약 이 두 편의 연구가 다 옳다면 어느 가정의 한 가지 요소(그 가정이 위치한 동네)가 그 가정의 영향 전체의 상당 부분을 설명한다는 이야기가 된다.

 

책에서는 데이터를 어떻게 수집하였고, 실험 설계를 어떻게 진행했는지에 대해 설명이 나온다. 

단순히 드러나는 상관관계가 아닌 인과관계를 밝히려 하는 점에서 데이터 과학자로서 자질이 훌륭한 사람이다. 

그렇게 있는 그대로의 결과를 받아들이다 보면, 책의 영문 제목대로 "Don't trust your gut" 직감을 믿지 말라는 얘기가 절로 나올 것이다. 

 

사진: Unsplash 의 Austin Scherbarth

 

아이가 자란 동네와 장래 소득의 상관관계가 인과성이 있다고 밝히면서 저자는 아이의 양육에 대해 그리 많은 에너지를 쏟지 말라고 조언한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면 어느 정도는 직감대로, 마음 편한 대로 행동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이러한 주장이 여러 사람들에게 설득력을 얻을 수 있다면 우리나라 저출산, 아니 저출생 문제에 예비 부모들의 부담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사람들은 또, "그것 봐, 역시 좋은 동네 살아야 잘 키울 수 있다니까" 하겠지만.

 

아이를 키워내는 것. 생각보다 부담을 내려놓아도 괜찮다.

 

수많은 아이의 인생이 성공하는 데 동네의 성인들이 왜 중요할까?
아이들의 장래에 부모가 아닌 동네 어른들의 영향이 의외로 크고 부모의 영향은 의외로 작다는 사실을 우리는 어떻게 활용해야 할까? 

우리가 짐작할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는 아이들이 자기 부모에 대해 느끼는 감정은 복합적이라는 것이다.
아이들은 대부분 부모에게 반항하고 부모가 했던 것과 정반대의 행동을 하려고 한다. 만약 당신이 고학력자에 모범 시민이라면 당신의 아이들은 당신과 같은 어른이 되고 싶어할 수도 있지만 어쩌면 자기만의 길을 개척해서 전혀 다른 삶을 살고 싶어할지도 모른다.

반면 아이들이 동네의 다른 어른들과 맺는 관계는 그보다 훨씬 덜 복잡하다. 길 건너편에 사는 아저씨와 아주머니에게는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나 엘렉트라 콤플렉스를 느낄 일이 없다. 
아이들은 동네의 다른 어른들을 존경의 대상으로 바라보고 그 어른들의 행동을 모방하는 경향이 있다.